1월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 전월比 0.15%p·0.17%p 상승5대 시중은행 주담대·신용대출 금리, 전월比 0.41%p·0.20%p 하락대환대출도 증가…"저축은행 문턱 높아지며 저신용 차주 유입 늘어"연체율, 10년새 최고…"리스크 관리 차원 금리 높은 수준 유지 전망"
  • ▲ 서울시내 한 전봇대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220320 ⓒ뉴시스
    ▲ 서울시내 한 전봇대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 220320 ⓒ뉴시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내림세를 보이는 대출금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건전성 부담이 가중된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데다 카드사들도 연체 등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상향 조정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다. 때문에 당분간 높은 수준의 카드론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월 공시 기준 전업 신용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61%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14.46%에 비해 0.15%p 상승한 수치다.

    카드사별로는 삼성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15.54%로 8개사 중 가장 높았으며 롯데카드는 15.01%로 15%대를 나타냈다. 이어 △BC카드 14.95% △하나카드 14.59% △우리카드 14.47% △신한카드 14.41% △KB국민카드 14.32% △현대카드 13.57%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평균금리 역시 17.70%에서 17.87%로 0.17%p 올랐다.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서비스 평균금리가 18.60%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KB국민카드도 18.15%로 18%대를 넘어섰다.

    카드사들의 이런 행보는 은행권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카드사 대출금리와 달리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자료를 보면 1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0~4.88%로, 전월 4.51~4.79%에 비해 금리 하단이 0.41%p 하락했다. 신용대출금리 역시 같은 기간 5.82~6.10%에서 5.62~6.02%로 하향 조정됐다.

    '카드 돌려막기'를 의미하는 대환대출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전업 카드사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모두 1조59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조276억원에 비해 55.1% 증가한 규모다. 대환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더 나쁜 조건으로 대출을 갈아타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카드사로 대출 실수요자들이 몰린 데는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악화와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 공급을 옥죄자 돈을 빌리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카드사에 몰렸고, 그 결과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저신용 차주 유입이 늘어나면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평균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유동성이 긴급하게 떨어지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금리가 낮은 은행권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그쪽에서 한도를 다 채워 추가로 2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 고객들이 유입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1598억원(잠정)으로, 전년 동기 10조7842억원보다 42.9% 줄었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조5088억원에서 1조1779억원으로 32.0% 감소했다.

    지난해 PF 부실 사태 파장 역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B카드사 관계자는 "자금조달 경로가 다양하지 않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출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곧바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카드론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고객층을 조정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드론 금리 인상이 카드사들의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카드론 연체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국내 카드사 연체액은 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1조3398억원에 비해 53.1% 급증했다. 8개 카드사 체제가 구축된 2014년 이후 1개월 이상 연체액 기준 최대 규모다.

    카드사들의 경우 영업자금 대부분을 시장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도 증가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현재 8개사 카드 상품별 연체율이 일제히 오르고 있는 만큼 다중채무자 중·저신용자 부실 위험이 크다는 진단이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올해도 카드업계의 조달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취약차주가 증가하면서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 역시 크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동안 카드론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여신전문채권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맞춰 하향 안정화한다고 하더라도 연체 관련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