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외국인 근로자 92.3만명, 상주 외국인 143만명일반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 16.5만명 역대 최대작년 재해자 8286명… 5년간 미체불 임금 5670억원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충남 논산시 딸기 농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충남 논산시 딸기 농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외국인 근로자 수는 지난해 12월 100만 명에 근접했다. 올해 일반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 도입 규모는 16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정부는 이런 추세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 처우·주거 개선 정책을 적극 펼쳐왔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 재해자가 10년 넘게 증가하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21년 7월 발표한 '인구감소시대의 외국인력 활용방안'을 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8년 3765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들어섰다. 2040년 예상 생산연령인구는 2703만 명으로 국민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그에 반해 체류 외국인은 2007년부터 100만 명을 돌파해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는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체류외국인 활용 정책을 추진하고 외국인력 유입장벽을 낮추는 등 외국인 근로자 유치 정책을 펼쳤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이런 기조는 계속됐다. 노동부는 지난해 3월 "2022년 한 해 동안 코로나 이전의 1.7배에 달하는 외국 인력이 입국해 산업현장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며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공동훈련센터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에 기술훈련과 산업안전교육뿐 아니라 언어·문화 교육도 종합 제공했다. 7월에는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TF'를 발족해 '재입국 특례 요건 완화', '장기근속특례 신설' 등 국내 적응도와 업무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공공기숙사 확대, 숙소·교통비 지원 등 처우도 개선했다. 같은 달 말에는 E-9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방기선 전 기재부 제1차관은 같은 달 열린 '외국인 인력 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공급제약이 심화되고 경제 전반의 성장률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제조업·농축산업 등 산업현장의 인력난 해소, 해외 석·박사급 우수 기술인재 유치 및 가사돌봄 분야 외국인 취업 확대를 위한 외국인 정책의 개선방안과 더불어 외국인 거주 여건 개선, 사회통합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29일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를 16만5000명 도입하는 계획을 밝히면서 외국인 근로자 유치 정책의 정점을 찍었다. 노동부는 이날 "이번 신청부터 제조·조선·건설·서비스업에 대해서도 고용허가 신청 요건인 내국인 구인 노력 기간을 14일에서 7일로 단축해 더욱 신속히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E-9 비자 발급 규모는 2022년 6만9000명, 2023년에는 12만 명으로 증가가 가파르다.

    외국인 근로자 유치 정책은 효과를 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인 근로자는 92만3000명으로, 올해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자를 포함한 만 15세 이상의 외국인 상주인구는 143만 명이며 90%가 계속 체류를 희망한다.
  • ▲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고용노동백서
    ▲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고용노동백서
    그러나 2023년 고용노동백서를 보면 정부 정책에도 외국인 근로자의 재해자 수는 2017년부터 7년간 계속 증가했다. 그 이전에도 2012년부터 6500여 명 안팎을 계속 유지했다. 사망자는 2012~2022년 매년 평균 108명이 사망했다. 부상자·질병이환자는 2017년 6186명에서 2022년 8171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는 사망만인율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만인율은 인구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 비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보건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사망만인율은 1.39‰(퍼밀리어드)로 이는 산재보험 가입자 전체(1.09‰)보다 높다. 100명당 발생하는 사고 재해재 수 비율인 사고재해율도 전체 노동자(0.49%)보다 외국인 노동자가 0.87%로 높았다.

    또 2023년 9월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5년간 사업장 규모별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액은 2019년(1216억 원)부터 2023년(761억3700만 원)까지 총 5670억 원 규모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산업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환경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까지 인권 침해, 직장 내 애로사항, 체류 관리 등 개별적인 사안에 관해서는 정책이 많이 펼쳐졌지만, 거시적인 산업재해와 안전 정책은 부족하다"며 "외국인 근로자는 특성상 제조업, 중공업 등 위험한 분야에 주로 취직하고 고용하는 사업주들도 산업안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산업안전 교육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외국인 노동자는 하청의 하청의 하청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위험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아 '위험의 외주화'에 노출돼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 명을 앞둔 만큼 정부가 대비책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교육을 위해서는 결국 언어 교육이 함께 돼야 한다"며 "근로자의 업무 이해도와 안전의식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언어 교육과 한국의 직업 문화를 숙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고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악덕 사업주가 극히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취직하는 곳 대부분이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이어서 내국인들한테도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곳이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