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효과에 1월 회사채 훈풍…BBB급 수요예측 흥행2월도 LG화학·SK텔레콤·KT 등 다수 기업 줄대기총선 앞두고 자금 조달 움직임 빨라져…"하반기 불확실성 높아"
  • 1월 연초효과에 힘입어 훈풍이 불었던 회사채 시장이 이달에도 활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우량물은 물론 BBB급 비우량채 수요예측까지 연달아 흥행한 가운데 LG화학, SK텔레콤, KT, 대한항공, 두산에너빌리티, 한진 등 다수 기업이 회사채 발행에 줄줄이 나선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은 전월 대비 12조7000억원 증가한 14조7000억원 기록했다. 순발행액은 7조104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2019년 1월(5조684억원)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회사채 수요예측 금액은 총 117건 9조4700억원으로 전년 동월(4조6550억원) 대비 4조8150억원 증가했다. 

    1월 회사채 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룬 건 금리인하 기대감이 큰 가운데 새해에 기관이 상대적으로 넉넉히 자금을 푸는 연초효과 덕분이다.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진데다 계절효과가 더해져 채권 발행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투자 수요는 굳건하다. 

    지난달 초만 해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다소 긴장감이 흐르며 신용등급별 온도차가 나타났지만 이후 점차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A급 이하 비우량채로까지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부실채권(NPL) 투자사인 하나에프앤아이(A0)는 1.5년물 400억원, 2년물 7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893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공모 희망금리밴드를 개별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1.5년물 -37bp ▲2년물 -45bp ▲3년물 -55bp 등 모든 만기물에서 '언더 금리'에 모집물량을 채우며 흥행했다. 

    같은 날 콘텐트리중앙(BBB)도 1.5년물 400억원, 2년물 7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893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A등급 이하 회사채 등을 운용하는 하이일드펀드가 비우량등급 회사채의 수요를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하이일드펀드에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이 5%에서 10%로 상향조정된 바 있다.

    당분간 회사채 시장엔 활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나 내년 4월 국내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기업의 조달 움직임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책이 총선 이후 기점으로 변화할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달 LG화학(AA+)은 최대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AAA)과 KT(AAA)는 각각 최대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롯데웰푸드(AA), 코웨이(AA-), 대한항공(A-) 등도 이달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이랜드월드(BBB), 두산에너빌리티(BBB), 한진(BBB+), HLD&I한라(BBB+) 등 비우량 등급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계획 중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초효과는 태영건설 경계 및 조기 금리인하 기대 후퇴로 예년대비 1~2주가량 늦게 시현됐다"면서 "부동산 PF 우려, 가계대출 부실과 같은 고민들이 마음 한켠을 불편하게 만들겠으나 추가적인 재료가 부재한 가운데 우호적인 금리 환경을 향유할 시간적 여유가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입장에선 우호적 센티멘트가 강하게 형성된 지금 빠른 조달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노려볼 수 있지만 그때의 조달 의사결정은 지금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수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