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계약학과 미등록률 전년比 증가연세대·고려대 계약학과, 지방대 의대와 합격 점수 비슷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등록포기 학생 대부분 의대로 빠졌을 가능성"의대 정원 확대 우수 인재 블랙홀 되나 우려 목소리 커
  • ▲ 연고대 대기업연계 계약 첨단학과, 반도체 학과 정시 1차 미등록 상황. ⓒ종로학원
    ▲ 연고대 대기업연계 계약 첨단학과, 반도체 학과 정시 1차 미등록 상황. ⓒ종로학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서울 상위권 대학의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의 수가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났다. '의대 광풍'과 맞물려 적잖은 합격생이 의대 진학을 위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의대 정원 확대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한다.

    1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정시 최초 합격자 25명 중 23명(92%)이 등록을 포기했다. 지난해 같은 학과의 미등록률은 70%였다. 22%포인트(p)나 늘어난 수치다.

    이 학과는 삼성전자의 계약학과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분야를 전공으로 개설한 학과를 말한다.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10명 중 7명이 등록을 포기하면서 미등록률이 70%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16.7%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정시 등록 포기율이 36.4%에서 65%로, SK하이닉스와 계약을 맺은 같은 대학 반도체공학과는 18.2%에서 50%로 각각 상승했다.

    등록을 포기한 합격생 다수는 지방대 의대나 서울대에 동시에 합격해 이탈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 계약학과는 지방대 의대와 합격 점수가 비슷하다.

    연고대 계약학과 합격자의 대거 이탈 소식은 의대 증원 발표로 이공계열 학과의 입결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현실화 시키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연·고대 계약학과를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은 의대로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연·고대 계약학과 합격생의 이탈 급증 현상은)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상황에서 일어난 1차 반응"이라며 "의대 과열 양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부 분석과 다르게 실상은 그 반대로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