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잇따라 주주제안자사주 매입·소각, 배당확대 요"시장 관심, 수익률 상위 종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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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총회 시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도 '주주환원'이 주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민간기업의 정책 변화 기대감이 커진 만큼 당분간 시장의 관심은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몰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행동주의 펀드들은 3월 국내 상장사의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잇따라 주주제안서를 제출,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15일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안다자산운용·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곳의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제시한 자사주 소각과 현금 배당 안건을 다음 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올해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안과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배당안을 결의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안이다. 

    이 같은 요구는 앞서 삼성물산이 제안한 배당 금액(보통주 2550원·우선주 2600원)보다 70% 이상 많다. 주주환원 규모를 전체적으로 환산하면 1조2364억 원에 달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다음 달 주총을 앞두고 다른 기업들에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JB금융지주에 자신들이 작성한 이사 후보 명단을 제시하는 등 이사 선임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JB금융의 2대 주주로서 회사의 사외이사 후보 4명과 기타비상임이사 후보 1명을 주주 제안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래쉬라이트파트너스도 지난 2001년부터 KT&G의 구(舊) 경영진이 회사의 자사주 1000여만 주를 재단 등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차파트너스, VIP자산운용, KCGI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 또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로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과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상장사에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주식 시장 내 개인투자자가 급격히 늘면서 주주환원을 앞세운 행동주의 펀드가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이른바 '저PBR'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주주환원 수익률 상위 종목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분간은 시장 관심이 이와 관련된 투자처로 몰릴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기업들의 주주환원 언급 건수는 1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2월의 193건 대비 86.5% 수준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속도라면 300건 이상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지난해 주주환원 논의가 역대 급으로 활발했는데, 올해 더 활발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이어 "주주환원 수익률 상위 종목군 중심의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라며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기업 중 주주환원 수익률 상위를 차지하는 종목으로 HD현대인프라코어, 휴젤, 기아,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SK텔레콤 등을 꼽았다.

    그는 아울러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은 과거 어느 때보다 주주환원을 검토할 전망"이라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추기 위한 민간 변화 기대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에는 한계가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대체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형태로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좋은 시도"라면서도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일본 대비 크지 못하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일본만큼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