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 벗고 병원 떠나는 전공의… 응원하는 선배 의사들 현장은 아수라장… 환자들은 노심초사사실상 의료붕괴 사태로 진입 우려
  • ▲ 19일 전공의들이 가운을 들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 이날 빅5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 19일 전공의들이 가운을 들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 이날 빅5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 선배 의사들은 이들을 지지하며 동네의원 집단휴진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환자들은 불안감에 몸서리를 치고 있지만 의사들의 강경한 대처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이제 '악마화 프레임'이 아닌 실제 두려움의 존재가 되고 있다. 추후 사태가 안정화되더라도 깊은 상처로 남아 이전과 같은 의사-환자의 신뢰도는 형성하기 어려워졌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련병원 221곳에 근무하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집단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벗어나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는 1만3000여명으로 집계된다. 

    특히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은 암 등 중증질환자들의 최종진료 공간으로 전국적으로 환자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이곳의 전공의들이 모두 빠지면 사상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사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0%,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다. 의사 인력의 34∼46%가 전공의로 채워진 탓에 이들이 한꺼번에 근무를 중단하면 의료기관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비단 빅5병원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별로 거점병원 역할의 수행하는 종합병원 이상 대학병원들도 수련병원이기에 응급상황에 대처할 여력이 부족해진다. 최악의 의료대란이 시작된 셈이다.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의사는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본인의 SNS에 글을 남겨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 궐기대회에서 한 전공의는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고 이후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가중됐다.

    익명이 보장되는 '블라인드'와 의사 커뮤니티, 익명 의사 카톡단체방에서 의사들이 "강하게 나가서 사람 좀 죽어봐야지" ,  "초기 위암 말기로 키워서 죽어버리길", "개돼지들 특성을 바꾸긴 힘들고 교묘하게 잘 이용해야 한다" 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의사 악마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장의 상황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으며 이를 알고도 등 돌린 상황이라 선을 넘은 상태가 됐다.

    이날 암 수술 '무기한 대기' 통보를 받은 한 환자는 "전공의들의 공백과 이를 옹호하는 선배 의사들의 행태는 폭력과 다름 없다"며 "환자를 포기한 의사들이 과연 직업 윤리가 있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수술 일정이 밀린 환자들의 상황을 집계하고 있으며 사실상 의료붕괴 사태로 진입됐음을 우려했다. 

    그는 "의사들의 파업으로 의료공백 사태를 발생시키는 것은 응급실에서 주취자가 의료인에게 칼을 휘둘러 의료인의 생명을 위협한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