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시간은 1~2주 사이… 그 이후엔 대처 불가능의대증원 반발에 희생된 환자들 공분 줄줄이 수술 대기 통보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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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의대증원을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었다. 그 공백은 말기 암환자의 수술 대기로 이어졌고 정상적 의료체계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번졌다. 역사에 기록될 역대 최악의 의료대란이 시작된 것이다.

    2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근무를 중단한다. 이들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집단사직 행렬이 이어졌다. 의료공백이 현실로 드러났다. 

    난소암, 폐암 말기 암환자의 수술이 미뤄졌고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제왕절개 수술 연기를 통보받은 환자의 사례가 나왔다. 각 병원은 환자에게 대기 통보를 이어가고 점차 이러한 문제는 확산할 전망이다. 

    복지부가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1만3000여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이번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대부분의 병원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응급·위중한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날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상황대응위원장(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특임원장)은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병원은 환자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필수의료 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간이 지체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료계, 전공의가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며 이 중간에서 중재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다. 10개 국립대병원과 35개 지방의료원, 6개 적십자병원을 포함한 114개 공공병원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한다. 12개 국군병원 응급실도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전공의 공백에 따른 대책이 나왔지만 인력난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공공의료의 인력을 갈아 넣는 방식으론 1~2주 사이엔 사상자 발생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번지고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소속 A교수는 "수술은 일단 다 미룬 상태고 입원 환자도 받지 못할 것 같다"며 "초응급이나 중증 위주로 병상을 가동하는 방법을 써야하나 현 상태에서 일주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B교수 역시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의존도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방의 경우는 수도권보다 문제가 더 심할 것"이라며 "50대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구조가 얼마나 유지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환자들이 공분에 쌓였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중증아토피엽합회, 한국췌장암환우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가 만들어진 이유는 이번 사태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김성주 연합회장은 "말기환자 수술이 미뤄지고 이내 응급환자도 적기에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치달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라며 "의사들은 어떠한 이유로도 환자들을 방치해 급한 수술이나 치료를 못 받는 사태는 발생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