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올해 전기차 보급사업 보조금 지침' 발표… "배터리 친환경성 고려"값싼 중국산 배터리 쓴 테슬라 모델Y, 515만→195만원 대폭 삭감현대차·기아엔 호재… 삼원계 배터리 탑재 아이오닉5 690만원 받아美·EU, 배터리법 등 시행하며 中 견제… 중국업체 CATL, BYD 정조준
  • ▲ 서울 시내에서 충전 중인 전기 자동차들 ⓒ뉴시스
    ▲ 서울 시내에서 충전 중인 전기 자동차들 ⓒ뉴시스
    환경부가 '2024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20일 확정한 가운데 테슬라가 울상이다. 보조금 때문에 차량 가격까지 내렸지만, 중국산 배터리 때문에 보조금이 대폭 깎였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이날 내놓은 지침의 기본 방향은 '효율 좋은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성' 전기자동차에 보조금을 더 챙겨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Y 모델의 국비보조금은 195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가 감소했다.

    LFP 배터리는 저가형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다. 배터리 원자재 중 하나인 비싼 코발트를 쓰지 않는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NCM·NCA, 코발트·니켈·망간을 사용하는 배터리)보다 생산비용이 30% 저렴하다. 중국 업체인 CATL과 BYD 등이 주로 생산하고 있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대표적인 차량은 테슬라의 '모델Y'와 '모델3', BMW의 'IX',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등이 있다. 문제는 LFP 배터리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친환경을 위한 전기차가 비친환경적인 배터리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번 환경부의 지침은 말그대로 '리얼' 친환경성을 위해 중국산 LFP 배터리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지난 6일 환경부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배터리효율계수와 배터리환경성계수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배터리효율계수는 배터리 1L당 에너지 밀도를 계산한 것으로, 이를 5개 구간으로 나눠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배터리환경성계수는 배터리 재활용성을 평가한 등급으로 배터리 1㎏당 함유된 유가금속 가격을 2800원으로 나눠 계산한 것이다. 가격이 높을 수록 재활용성이 높다.

    LFP 배터리는 삼계원 배터리보다 두 계수 모두에서 불리하다. 일례로 LFP 배터리는 사용 후 꺼낼 금속이 리튬뿐이지만, NCM의 경우 코발트·니켈·망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1L당 출력되는 에너지밀도도 LFP 배터리가 더 낮다.

    이런 지침은 저가형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업체와 외국 업체에 극명한 차이를 가져왔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등과 같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종은 30%쯤 보조금이 삭감 돼 453만~470만 원의 보조금을 받게 됐다. 테슬라는 보조금 100% 수령을 위해 테슬라 모델Y(RWD)의 기본가격을 200만 원 내려 5499만 원에 책정했지만, LFP 배터리 탑재로 인해 보조금이 515만 원에서 195만 원(55%)으로 깎였다.

    반면 현대차·기아에는 호재였다.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의 아이오닉5·6의 최대 보조금은 690만 원이다. 같은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의 EV6 롱레인지도 680만 원을 받게 됐다.
  • ▲ 바이든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중국산 LFP 배터리에 대한 규제는 한국 뿐이 아니다. 앞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자국 전기자동차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LFP 배터리를 정조준 해왔다.

    EU는 지난해 9월 열린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산 전기자동차가 자국의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유럽 전기자동차 대비 평균 20% 낮은 가격으로 EU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시장 왜곡 또는 교란 행위로 정의해 중국업체인 BYD,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를 비롯한 EU의 디리스킹(위험 제가) 정책에 합리적인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리는 EU를 향해 보호주의적 태도를 피해야 하며 무역 구제 조처 사용 시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EU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18일 '배터리법'을 시행했다. 2031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코발트(26%)·리튬(12%)·납(85%)·니켈(15%) 등의 함유 비율을 높였다. 사실상 중국 업체인 CATL, BYD 등이 주로 생산하는 LFP 배터리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도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자동차에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 왔다.

    그러다 지난달 1일 미국 정부는 배터리 관련 요건 중 중국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를 완전히 배제했다. 다만 중국산 광물이라도 배터리 총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Low-value) 광물에 한해서는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2025년부터는 미국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배터리 핵심광물을 조달 받으면 안 된다. 미 정부는 지난달 중국의 관할권 내에 있거나 중국 정부 등이 최소 25%의 지분을 소유한 기업을 FEOC로 규정했다.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