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주담대 증가분, 카뱅 압승… 하나‧우리銀 앞질러시중은행 "고객 뺏길라"…대환대출 플랫폼 입점 미뤄비대면 상품 확대‧대면 편의성 강조‧심사 단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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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대출 갈아타기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한 금융사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외형 경쟁 지양을 당부하면서 대출 환승에 대한 은행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월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카카오‧케이‧토스)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액(전세대출 포함)에서 정책모기지를 뺄 경우 카카오뱅크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금액으로 보면 국민은행이 1조 48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조 3099억원, 카카오뱅크 9849억원, 하나은행 7820억원, 케이뱅크 6287억원, 우리은행 5922억원, 토스뱅크 1404억원 순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은 정책모기지를 취급하지 않아 시중은행들의 정책모기지를 뺀 주담대 증가분은 카카오뱅크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증가는 대환 목적의 주담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낮은 금리(3%대)를 앞세워 시중은행을 크게 제치며 주담대를 끌어모은 것이다. 

    실제로 주담대 갈아타기를 통해 연 1700만원의 이자 부담을 줄인 사례도 나왔다. 한 시중은행에서 8억원의 주담대를 연 5.50% 금리로 보유하고 있던 한 고객은 카카오뱅크 주담대로 대환하면서 연 3.41%로 금리를 낮춰 1693만원의 이자를 아꼈다. 

    인터넷뱅크의 압승에 시중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우려하며 대출 갈아타기를 제공하는 카카오‧네이버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업에 적극적으로 입점하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상품을 제공하면 타행 고객을 유인하기보다 되레 기존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점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대출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서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된 전략을 고심 중이다. 오프라인의 편의성과 다양한 혜택 제공을 무기로 내세우거나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강화하고 비대면 대출을 출시하는 방법으로 인터넷뱅크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서 취급하지 않은 대출상품을 확대하며 대면 편의성을 제공하는 한편 비대면 상품 확대와 대출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주담대를 싹쓸이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인터넷은행 출현은 금융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는 주담대 등 담보대출 비중만 늘려가고 있다"며 "인터넷은행은 출현 목적에 맞게 영업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과도한 가계대출 경쟁에 제동을 거는 등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세에 주목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불필요한 외형 경쟁을 지양하라"며 금융권에 경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2024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내 관리하기 위해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대출수요 확대, 금리 인하기에 발생할 수 있는 금융권 과당경쟁 우려 등 어려움이 있으나 가계부채를 엄정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