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0년만에 폐지, 시행령 개정안 작업 우선 착수이통사 공시지원금 최대 50만원 지원 불구 실효성 미미유튜브, 넷플릭스 등 스트림플레이션 기조 속 요금제 줄인상가계통신비 압박에 역차별 논란… 지나친 정부 개입 지양되야
  • ▲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집단유통상가 ⓒ신희강 기자
    ▲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집단유통상가 ⓒ신희강 기자
    정부가 10년 만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OTT 요금제 인하 카드를 검토하는 모양새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없애 통신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구매비용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다. 단통법 폐지에 앞서 차별적 지원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등 시행령을 우선적으로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고물가 시대 민생안정을 위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역점 과제로 꼽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 비서관 회의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3만원대 요금제를 줄줄히 출시하는 동시에 공시지원금도 일제히 올렸다.

    이통3사는 단통법 핵심인 공시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최근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24 시리즈 공시지원금을 최대 50만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공시지원금 확대에도 월 요금 25% 할인을 받는 '선택약정 할인'이 약 20만원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연맹은 5G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이 1년만에 24만원 오른 140만원에 육박했다며 높은 단말기 가격을 꼬집었다. 중소 알뜰폰 업체 역시 이통3사와 공시지원금 확대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단통법 폐지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가 냉랭하면서 정부는 OTT 요금제 인하로 대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은 다양한 통신사 OTT 결합상품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이통3사 및 글로벌 OTT 사업자들을 불러 OTT 결합요금제 출시 가능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통3사는 현재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제휴를 맺고 OTT 구독 상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상품을 청소년 요금제 등 특화된 상품과 결합하거나 중간광고에 붙이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 3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활용하거나 연간 요금제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제는 글로벌 OTT 업체들이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기조속에 가격을 인상한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의 책임이 과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기본 요금제를 월 8.99달러에서 9.99달러로,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도 일반 가입자 기준 42.6% 인상한 바 있다. KT의 경우 5월부터 유튜브 이용료를 월 9450원에서 1만 3900원으로 47.1% 올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모양새"라며 "국내 사업자에게만 요금제 인하 압박을 강요하는 것은 역차별 규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