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개최정부 발표에 시장 반응 밋밋, 금융주 등 저PBR 급락과열 소화과정 필요, 차익실현 매물 감안해야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준비해 온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이 발표된 당일 금융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이 기업에 강제성을 갖지 못하고 자율에 맡기는 데다 구체적인 인센티브 내용이 빠져 있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들은 "밸류업 방안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계획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유관기관과 함께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오는 7월부터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세워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공개된 방안에 따르면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는 '현황 진단→목표 설정→계획 수립→이행 평가·소통' 등의 내용이 담긴다.

    금융위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시 원칙·내용·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 유관기관과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열고 6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

    정부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시하기로 했다. 

    또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9월 개발해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방침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등생' 종목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출시·상장돼 일반투자자들도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다.

    금융위는 기업가치 개선노력 공시 등 정책 주요 내용을 의무가 아닌 기업 자율적으로 해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 노력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은 이와 관련해 이미 추진하고 있는 내용이라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며 기존의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반응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고와 정례화를 위해 분기배당을 도입했다. 그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2023년 총주주환원율을 33.7%를 달성해 전년도 26.2%에 비해 7.5% 확대했다. 올 한해에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올해 총주주환원율도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향후에도 안정적인 자본비율 등 재무안정석을 바탕으로 주당배당금의 견조한 확대, 분기배당 정례화 및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균등 분기 배당 추진, 지속적인 자사주 소각 병행을 통해 점진적 총주주환원율 증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방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일단 냉담한 모습이다.  

    금융위가 연초 기업 밸류업 도입 방침을 밝힌 뒤 금융주 등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급등하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아왔지만 정부 발표 직후 금융주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20분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요 금융지주들은 4~6%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전일(6만5800원) 대비 3200원(-4.71%)하락 중이며, 하나금융(-6.28%), 우리금융(-2.21%), 신한지주(-5.43%)도 약세다. 

    알맹이가 빠진 대책에 실망한 매물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금융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코스피를 이끈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들의 과열 소화과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정책)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를 확인하게 된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저PBR주들이 쉬어가거나 차익매물에 휘청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일회성 정책이 아닌 긴 호흡을 가지고 중장기과제로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고,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체질 변화를 모색해 나간다면 KOSPI 밸류에이션 정상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밸류업의 가시적인 세부내용은 없던 만큼 단기적으로는 앞서간 시장의 기대로 인해 급등한 저PBR주들의 후폭풍은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더라도 정책이 사라지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다"며 "시장의 기대보다 느릴 수 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간을 두고 구체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다시 반응할 것이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