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서 매장당할까 봐 두려워 … 소신 행동 못 하는 전공의들익명 누리꾼 "복귀한 전공의 명단있다 … 파업 반대하면 악성 댓글"복지부 "집단행동에 참여 않는다고 동료 공격하는 행위, 우려스럽다"
  • ▲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내용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내용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의 집단 이탈로 '의료공백'이 현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의사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는 것이 두려워 소신 행동을 하지 못하는 전공의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단 내에서 악성 댓글로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전공의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폭넓은 사고를 가지고 성장해야 할 젊은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를 공격한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며 "이들의 목소리는 현재 상황을 바로잡고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허정지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의사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는 것

    현장에 복귀해 의료인으로서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싶지만, 선후배들의 눈치가 보여 억지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사연이 공개돼 누리꾼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직장인 온라인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전공의라고 소개한 익명의 작성자는 "업무개시명령, 3개월 면허정지보다 제가 속한 이 집단이 더 무섭다"며 "복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선후배, 동기들과 3~4년을 지내야하는데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이 작성자는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참의사 명단이라며, 어느 병원에 누가 복귀했는지 정리한 명단이 있다"며 "김o준 이런 식으로 실명까지 적혀있다. 자랑스럽게 제보하면 바로 추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에 반대하는 듯한 글만 올라와도 온갖 욕설이 담긴 댓글이 수백개 달린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전공의 모임인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자신을 한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휴학계를 제 손으로 제출한 제 선택은 온전한 자의가 아니었다"며 "동기와 선후배들의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휴학계 제출은 학생 대표가 망설이는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A씨는 "모든 의대생의 생각이 같지 않다"며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지만, 지금 단체행동의 방식에 대해 의문을 가진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의견을 가진 전공의들은) 동기가 동료가 되고 학교가 직장이 되는 이 사회의 생리를 잘 안다"며 "저학년 때 집단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은 고학년이 돼 집단과 다른 의견 표출을 억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6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225명 중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을 한 전공의는 총 1만1219명(91.8%)이다. 정부는 지난 5일부터 근무지 이탈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 ▲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