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SK하이닉스 전직금지 가처분 인용위반 시 1일당 1000만원 지급명령7월 이후엔 족쇄 풀려… 기술유출 불가피차제에 '솜방망이 처벌' 손봐야
  •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자사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설계를 맡았던 연구원이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 임원으로 이직한 사안을 두고 제기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번 재판 결과로 메모리 반도체 기술 유출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고조되며 미래 D램 먹거리인 HBM에까지 적신호가 켜졌다.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 D램과 HBM 설계 업무를 맡았던 연구원 A씨가 지난 2022년 퇴직하고 미국 마이크론 임원으로 이직한 문제가 재판으로까지 이어지며 반도체업계 기술 유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A씨는 SK하이닉스를 퇴직할 무렵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업체에 2년 간 취업을 금하고 용역, 자문 등의 계약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지만 이를 어기고 경쟁사로 이직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A씨를 상대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고 최근 재판부가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제 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전직 SK하이닉스 연구원 A씨가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이를 위반할 시 1일당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은 전직금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경우 가처분이 기각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A씨는 전직금지 약정 5개월 여를 남기고 가처분 판결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기에 1일당 1000만 원의 이행 강제금까지 결정되면서 법조계에서도 반도체 기술 유출의 위험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이 통째로 유출돼 이를 중국 반도체 공장 신설에 활용하려 했던 삼성전자 전 임원이 적발돼 충격을 줬다.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된 중요 자료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이를 사진 촬영해 보관하고 타사로 이직하려했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그 밖에도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이 반도체 설계 관련 자료를 빼돌리려다 적발되는 등 유출 사례는 다양하다.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규모를 헤아리기 힘든 만큼 타격이 큰 사안이지만 반도체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점도 공감을 얻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총 33건 중 무죄는 60.6%, 집행유예에 그친 경우는 27.2%로 전체의 87.8%였다. 재판에서 실제 형량을 얻는 경우도 평균 14.9개월 형을 살면 되는 수준으로 강도가 약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이제 막 시장이 개화하는 차세대 D램인 HBM에까지 기술 유출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적잖이 충격이라는 분위기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고성능 메모리로 SK하이닉스가 기술력이나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마이크론이 5세대 HBM 양산 소식을 알리며 SK하이닉스나 삼성 같은 경쟁사들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향후 HBM 시장이 D램 시장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마이크론이 이번처럼 국내 HBM 기술자들을 영입하기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