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9월 저PBR 관련 지수 상장…6월 중 가이드라인 제정前 정부 K-뉴딜 ETF‧ETN 내놨으나 관련 상품 줄줄이 상폐저PBR 밸류업 '총선용 정책' 그치지 않으려면 신중히 고려해야
  •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을 하고 있다. ⓒ금한국거래소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을 하고 있다. ⓒ금한국거래소
    정부가 주가 부양 정책인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들을 묶은 지수 상품을 개발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는 다만 이번에 발표하는 주가지수와 상품들이 막대한 재정만 투입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정책이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 실패한 'K-뉴딜지수'와 같은 반짝 정책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 이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시점은 이르면 올해 9월이 될 예정이다.

    이른바 '저PBR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만들어 이를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심산이다.

    해당 지수에는 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에서 좋은 성과를 낸 기업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출시·상장된다. 이를 통해 일반투자자들도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6월 안으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올해 하반기 해당 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과 더불어 저PBR 지수 발표를 통해 그간 한국 증시에 존재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저PBR 지수가 과거 정부들이 주도해 발표한 '정책 수혜주'와 같이 관심이 빠르게 식어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한다. 이를 위해선 많은 고민과 탄탄한 계획을 거친 정책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앞서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업종을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업종 내 대표 종목을 산출해 'KRX K-뉴딜지수'를 만든 바 있다.

    한때는 해당 지수에 편입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판 뉴딜 정책이 중단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줄었다. 

    실제 출시 당시 3094.98을 기록했던 해당 지수는 지난 7일 기준 1694.19로 약 45% 이상 쪼그라들었다. K-뉴딜 정책이 종료된 데 따라 지수의 이름도 KRX K-뉴딜지수에서 'KRX BBIG 지수'로 바꾸면서 사실상 국내 증시에서 뉴딜 정책의 흔적은 사라졌다.

    해당 지수와 연관된 ETF 및 상장지수증권(ETN)들도 일제히 상장 폐지되거나 폭락을 면치 못했다. 앞서 국내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은 뉴딜 정책을 테마로 한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했으나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자 수익률이 추락한 것이다.

    실제 ▲하나증권의 하나 레버리지 KRX BBIG K-뉴딜 ETN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탄소효율그린뉴딜 ETF 등의 뉴딜 상품들은 상장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의 K-뉴딜뿐 아니라 앞선 박근혜 정부의 '통일 펀드', 이명박 정부의 '녹색 펀드' 등도 정책 펀드들도 잠깐의 인기를 끌었다 사라진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과거 사례들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정부가 발표한 저PBR 정책이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만큼, 과거 K-뉴딜 정책처럼 정치적 행보로 그치지 않으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저PBR주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일종의 테마주 장세가 형성된 분위기"라며 "정부가 이러한 테마주 장세를 조정하는 형국으로 가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