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따른 포화 상태월평균 신계약 20조 첫 하회…월 100만건도 위태최근 3년새 손보사에 추월…순익 1조도 삼성생명 '유일'성장성 높고 신 회계제도에도 유리…"손보사와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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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생명보험사들의 '제3보험'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수요 감소로 실적 하락이 우려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제3보험 상품은 신 회계제도에도 유리한 데다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그동안 제3보험 시장을 손해보험사들이 주도했던 만큼 판도 변화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상해를 당했을 때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사람의 신체를 보험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생보 영역에 해당하지만, 비용손해 및 의료비 등을 보상한다는 점에서 손보의 성격도 띠고 있기 때문에 제3보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손·건강·간병·암·어린이보험 등이 이에 속한다.

    그동안 제3보험 시장은 손보사들이 영역이었다. 2004년까지는 생보사의 제3보험 시장점유율이 손보사보다 높았으나, 2010년부터 역전됐다. 보험연구원 집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손보업계의 시장점유율은 71.3%로, 생보업계 점유율 28.7%를 크게 앞선다.

    생보사들의 제3보험 시장 진출은 기존 주력상품이던 종신보험의 경쟁력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저출생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사망 보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생명보험 신계약 월 평균금액은 19조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관련 통계 기준이 바뀐 뒤 월평균 신계약 액수가 2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2020년 신계약 규모가 월평균 24조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년새 20.8% 줄어든 것이다.

    신계약은 보험계약자의 가입금액 전체를 더한 값으로, 보험사의 펀더멘털과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신계약이 줄어들면 생보사의 수익이 감소하고 장기적으로 생보사의 자산운용 기능도 축소돼 전체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계약 건수로 보면 월 100만건도 위태롭다. 지난해 월평균 신계약 건수는 104만건으로, 이는 3년 전 125만건에 비해 16.0% 감소한 수치다. 이는 저출생, 고령화로 시장이 정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보사는 종신보험이나 암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보장성보험의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보장성보험 누적 신계약 금액은 152조원이다. 전년 149조원에 비해서는 2.18% 늘어났지만, 2년 전 203조원에 비해서는 24.8% 급감했다.

    맞벌이가구가 증가한 데다 기대수명도 늘어나면서 사망 시 보험금을 돌려받는 종신보험의 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보험가입 여력마저 떨어진다.

    이에 반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은 늘어나고 있다. 사망, 재해, 만기 등으로 생보사가 고객에게 돌려준 보험금은 지난해 85조원이다. 3년 전 72조원에 비해 17.8% 늘어난 수치다.

    ◇손보사에 순익 역전…'年 1조 클럽'에도 밀려

    이 같은 업황 침체로 연간 순이익에서도 손보사에 밀린 지 오래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생보사들은 순이익 부문에서 손보사에 우위를 점해왔다. 생보사들은 해외투자수익과 고수익 보장성보험을 앞세워 2016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손보사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손보사가 순이익 4조3257억원으로 생보사 3조9403억원을 추월(+3872억원)했다. 이어 2022년에는 손보사(5조4746억원)와 생보사(3조7055억원) 격차(+1조7651억원)가 더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손보업계에서는 △삼성화재 1조7554억원 △메리츠화재 1조5784억원 △DB손해보험 1조5367억원 등 3곳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반면 생보업계에서는 삼성생명(1조3829억원)이 유일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국내 보험시장 포화 등으로 생보업계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꾸준히 거론되는 가운데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신사업 추진과 해외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가운데 제3보험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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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보험·간병보험 니즈 등 성장 기대…IFRS17 측면에서도 유리

    비단 당장 눈앞의 실적에만 급급한 것은 아니다. 평균 수명 상승으로 건강한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질병보험과 간병보험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면서 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3보험 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7%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초고령화 시대 도래와 불경기로 보험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제3보험으로 대변되는 건강보험과 간병보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도 유리하다. IFRS17에서 보험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CSM은 보험사가 현재 보유한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값이다.

    때문에 IFRS17에서는 생보사들의 주력상품인 저축성보험을 부채로 인식한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부분을 나중에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는 보장성보험은 CSM에 유리하다. 특히 위험률 관리와 사업비 절감 등에 유리한 만큼 제3보험 비중을 늘리면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생보사 다른 관계자는 "제3보험 시장은 손보사들의 지배력이 강하지만, 고객 니즈가 커지고 있는 만큼 생보사들도 상품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나 CSM 확보에도 중요한 만큼 생보-손보 모두 제3보험 상품을 활발하게 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주요 생보사들이 올 들어 건강보험 등 제3보험에 집중하고 있다"며 "보험사 단위로 주력상품이나 판매전략, 사업성 검토 등이 이뤄지는데, 주력상품에 대한 니즈가 줄면서 제3보험 시장에서 손보업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