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금융권과 2조원대 PF 펀드 조성…롯데캐피탈도 참여롯데캐피탈, 시중금리 인상 따라 가계신용대출 등 연체율 상승세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수익성도 우려…자본조달 규모 전년比 20% 증가지난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모그룹 전철 재현 가능성 대두
  • ▲ 롯데캐피탈. ⓒ롯데캐피탈
    ▲ 롯데캐피탈. ⓒ롯데캐피탈
    롯데캐피탈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로 부담이 커진 롯데건설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다만 롯데캐피탈의 건전성이 예전만 못한 만큼 일각에서는 자칫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던 롯데케미칼의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금융권과 2조3000억원 규모의 PF 펀드를 조성했다. 롯데건설이 신용공여한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펀드다. 롯데건설은 이를 통해 전체 5조4000억원 규모의 PF 우발채무 가운데 펀드 매입분만큼을 장기조달 구조로 바꾼다.

    펀드에는 금융회사 8곳이 참여한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KDB산업 등 5개 은행이 1조2000억원을, 키움·대신·KB 등 3개 증권사는 4000억원을 책임진다. 나머지 7000억원은 롯데그룹 계열사 몫이다.

    계열사 가운데 롯데캐피탈도 지원군으로 등판했다. 기존 PF 펀드에서 6000억원이었던 롯데그룹 계열사 분담액이 신규 PF 펀드에서 700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하는 계열사도 늘었다. 이에 롯데캐피탈은 지난 6일 롯데건설 보증부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프로젝트샬롯'에 1500억원을 대여했다.

    문제는 롯데캐피탈의 재무건전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고위험·고수익 자산인 가계신용대출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자산건전성 지표가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자산 8조1924억원 가운데 가계신용대출(2조5260억원) 비중은 30.8%로, 전년 말 27.3%에 비해 3.45%p 높아졌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경기 둔화 및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 등으로 개인신용대출, 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2022년 말 1.63%였던 롯데캐피탈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1.8%로 소폭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3.42%에서 4.23%로 소폭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소폭 낮아졌다. 대손충당금 규모를 100억원가량 늘렸지만,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이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2022년 말 144%에서 지난해 3분기 130%로 낮아졌다.

    정혁신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실물경기 침체 및 금리 상승에 따른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이 증가해 가계신용대출 중심으로 건전성 지표 저하 가능성이 크다"며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과 개인신용대출의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은 수익성에 부담 요소"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금액도 이전보다 늘어났다. 올 들어 이날까지 롯데캐피탈은 무보증사채(5500억원)와 기업어음 등으로 총 5679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전년동기 4700억원에 비해 20.8%, 2년 전 동기 4600억원에 비해 23.4% 각각 늘어난 규모다.

    한편 일각에서는 앞서 롯데케미칼이 겪은 신용등급 강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레고랜드 사태 당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단기 대여했다. 또 이후 롯데건설이 진행한 2000억원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876억원을 출자했다. 롯데건설 지분 44.0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직간접 직원을 통해 책임을 이행한 셈이다.

    문제는 당시 롯데케미칼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진 데다 업황 침체로 실적 부진까지 이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해 6월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롯데캐피탈의 등급도 'AA-'에서 'A+'로 낮추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한 건설 계열사의 미분양 적체로 그룹 전체가 흔들렸던 사례처럼 롯데건설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실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롯데캐피탈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