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공보의에 업무 회피 방법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의료현장 남은 전공의 조롱하고 개인정보 공개한 현황자료 게시되기도삼성서울병원, 공보의에 '상사에 순종하겠다' 서약서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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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심화하자 주요 수련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현장 파견이 이뤄졌는데 오히려 이들에게 업무 거부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이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으로 환자를 볼모로 삼고 불편을 초래했음에도 진료지연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환자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군의관·공보의 지침 다시 올린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메디스태프는 본인이 의사 또는 의대생임을 인증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등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의사·의대생이 정부에 압박을 주기 위해 군의관과 공보의에게도 우회적으로 업무를 해태하도록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글쓴이는 "'병원에서 나에게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있는 사람은 없다'를 기본 마인드로 하고 이걸 늘 마음속에 새겨야 쓸데없이 겁을 먹어서 일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상사의) 전화를 받지 말고 '전화하셨네요? 몰랐네요'라고 하면 그만이고 담배를 피우러 간다며 도망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심심하면 환자랑 같이 의대 증원 문제를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환자를) 조금 긁어 민원도 유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고 조언했다.

    글쓴이는 "군의관과 공보의의 의무는 정시 출근과 정시 퇴근이 전부이며 병원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할 의무는 전혀 없다"며 "어떻게 도망다닐 지 고민하라"고 끝맺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의 복귀가 저조하자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지난 11일부터 군의관 20명, 공보의 138명을 의료기관에 파견했다. 본격 업무는 전날부터 시작됐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와 남아 있는 의료진 '번 아웃'에 대응하기 방안이지만 오히려 이를 방해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공보의 투입 방침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의대생들이 현역 입대를 선택해 공보의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군의관과 공보의가 도구처럼 차출되는  현실을 보고 휴학을 선택한 상당수 의대생이 현역 입대사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모두 현역으로 입대하면 몇 년후부터 오지와 군부대에서 의사를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군의관과 공보관이 파견된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부적절한 표현이 담긴 서약서를 공보의에 대해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공보의에게 복무서약 및 동의서 서류를 보냈는데 해당 서류에는 '상사의 업무상 지시에 순종하겠음' '서약을 위반해 병원에 손해를 끼친 경우 처벌은 물론 손해액을 지체없이 변상하겠음' 등의 표현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특성상 상사의 지시에 잘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여지지만 '따르다' '이행하다' 등의 단어를 놔두고 굳이 '순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적절했는 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임에도 의료계 차원서 이를 마뜩찮게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러한 불편한 분위기는 환자에게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 

    이날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한 폐암 환자는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분들이라도 대응해주고 있어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위태로운 심정이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군의관과 공보의가 투입된 것인데 왜 의료계는 이들에게 정상적 업무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냐. 공백을 더 키우라는 의미냐"고 지적했다. 

    신경외과 앞에서 대기 중인 환자는 "평소보다 진료지연이 길어 불편했는데 추가적으로 의사가 들어온다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들에게 이러한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기적 행동을 멈추고 환자를 위한 의사로 돌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