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60억$ 유력TSMC 보다 많지만 '195억$' 인텔의 3분의 1테일러 공장 가동 시기도 촉각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신공장 건설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신공장 건설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과학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규모를 다음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이 기대보다 많은 60억 달러(약 8조 원)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인텔이 무려 195억 달러(약 26조 원) 보조금을 받게될 것으로 알려져 자국 기업 우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도 미국에 추가 투자에 나서야 하는 삼성이 현지 생산에서 얼마나 효용성을 갖출 수 있을지도 도마에 오른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규모 공식 발표 일정이 오는 28일(현지시간)로 예상되며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이번에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가 이번에 6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는데 170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를 투입해 현재 공사에 한창이다.

    실제로 이 규모의 보조금을 받게 되면 당초 예상보다는 상당히 큰 수준이라는 평가다. 미 상무부가 앞서 제시한 보조금 지급 기준이 기업 자본 지출의 5~15% 수준이라 여기서 최대치를 받아도 25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보다 2배가 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대신 업계에서 예상했던대로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더 큰 규모의 보조금을 몰아주는 분위기도 명확해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직접 찾아 인텔에 195억 달러 규모를 지원한다고 공식화했다.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규모는 85억 달러(약 11조 4000억 원)인데 여기에 110억 달러(약 14조 8000억 원) 규모로 대출까지 지원해 인텔은 신공장 건설에 총 195억 달러를 융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예상의 2배가 넘는 보조금을 받았음에도 인텔은 "제 2의 반도체법"을 외치며 추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모든 반도체 공급망의 리쇼어링을 요구하고 경쟁국과 비용 격차를 좁히려면 제 2의 칩스법이 필요하다"며 "일정 수준의 보조금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세제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조금에 이어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이어가는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지속적으로 줘야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인텔의 주장대로 미국이 제 2의 칩스법을 도입하더라도 보조금과 마찬가지로 자국 기업에 상당부분 유리한 방향으로 기준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이번에 기대치보다 큰 보조금을 받게 됐지만 인텔 같은 자국 기업들의 규모에는 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 2의 칩스법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삼성은 이번에 예상보다 커진 보조금을 받으면서 추가 투자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나 나머지 보조금 수령 기업들도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전제로 보조금 증액이 결정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미국 정부가 자국 내 투자 규모를 키우는 기업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향후 추가될 세제 혜택 등도 이에 준하는 조건을 먼저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현재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규모를 계속적으로 키우거나 새로운 생산라인을 들일 계획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셈이다.

    당장 연내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는 삼성 테일러 신공장을 두고도 효용성을 갖출 수 있을지에 의문이 여전하다. 현재 가동 시점을 두고도 삼성과 미국 정치권 내에서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 삼성은 반도체업황이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가동 시점을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만 미국 정치권에선 무조건 올 여름께는 가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삼성으로선 고민이 많다. 현지에서 제대로 된 인력을 수급할 수 있을지 여부도 오래된 고민 중 하나다. 이미 TSMC도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에 적합한 인력들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 아래 자국인 대만에서 인력 상당 부분을 데려와 충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인정한 것처럼 이미 30년 넘게 반도체 생산 중심을 아시아 국가들에게 뺏긴 상황에서 이를 다시 되찾아오기 위해 메꿔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보조금과 대출, 세제혜택 등 재무적 지원 외에 인력 수급이나 교육 인프라 등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많아 현지에 투자 규모를 키워야 하는 외국 기업들에겐 여전히 부담이 크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