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자금 유치로 이자비용 증가에 부동산 PF 관련 자금경색까지자산 상위 10대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잔액 4.1조…전년比 50% 증가고정이하여신비율도 7%대로 악화…업권 전체 중 10% 초과 업체 21곳 달해당국, PF 경·공매 활성화 방안 발표…"매물 한꺼번에 쏟아지면 제값 더 못 받아"
  • ▲ 저축은행. ⓒ연합뉴스
    ▲ 저축은행. ⓒ연합뉴스
    주요 저축은행들의 부실채권이 1년새 1조3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고금리, 경기회복 지연으로 빚을 내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기업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급증하자 저축은행별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손실폭도 더 늘어났다.

    금융당국에서는 부실채권 경‧공매를 통한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시에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안정화 펀드를 활용한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의 지난해 말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모두 4조1074억원으로, 전년 2조7377억원에 비해 5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별로는 △상상인저축은행 171% △다올저축은행 156% △한국투자저축은행 125% △OSB저축은행 100% 등 4곳의 잔액이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고정이하여신은 석 달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떼인 돈'으로 보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4.41%에서 7.44%로 3.03%p 악화했다. 이 비율은 대표적 건전성 지표 중 하나로, 수치가 낮을수록 부실채권 비중이 작다.

    △상상인저축은행 14.8%(+10.3%p) △페퍼저축은행 12.8%(+8.14%p) △OSB저축은행 10.5%(+5.79%p) 3곳의 비율이 10%대를 기록했다. 이들 3사는 전년대비 변동률에서도 5%p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권 전체로 보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초과하는 곳은 21곳으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4곳에 불과했다. 전체 업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7.7%로, 전년대비 3.6%p 악화했다.

    ◇연체율 증가에 대규모 충당금 적립…79곳 중 41곳 '적자'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부동산대출(PF·건설업 포함) 연체율도 가파르게 올랐다. 10개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8.2%로, 전년 2.2%에서 6%p 급등했다.

    이들 가운데 건설·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상상인저축은행(14.5%)이다. 이어 △OSB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12.4% △웰컴저축은행 8.6% △OK저축은행 8.4% 순이다.

    저축은행들은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으면서 실적도 악화했다. 10개사 중 절반인 다섯 곳이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적자 규모(-1072억원)가 가장 컸다. 전체 저축은행 79곳 중에서는 절반이 넘는 41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모두 5669억원에 이른다.

    저축은행의 경우 금리가 단기간 급등하면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나빠진다. 이자비용이 늘어나고 부실대출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 이뤄진 금리 상승이 저축은행에 미친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PF 정책 기조가 바뀐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저축은행들은 PF대출 부실을 만기 연장으로 잠재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태영건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PF 사업성 평가를 엄격히 하라고 압박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페퍼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0%에서 지난해 말 13.2%로 수직상승했다. OSB·웰컴·신한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도 2022년 0%에서 1년 만에 각각 5.1%, 4.9%, 3.2%로 뛰었다.

    당국에서는 상반기까지 연체율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올해도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2분기까지는 충당금 부담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저축은행. 사진=정상윤 기자
    ▲ 저축은행. 사진=정상윤 기자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연체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PF 경·공매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개정 표준규정을 시행했다.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은 3개월마다 경·공매를 해야 한다. PF 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인 매각 가격은 실질 담보가치, 매각 가능성, 직전 공매 회차의 최저 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화하도록 했다.

    금융당국 역시 부실 사업장 정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성 평가 기준과 대주단 협약 등 각종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토지 담보가치나 충당금 선제 적립률 등을 고려할 때 과거 저축은행 사태만큼 건전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건전성이 더 악화하지 않으려면 매각 등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부실 PF 관련 경·공매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가격 하락과 저축은행 부실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시에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낙찰가격이 당연히 내려가고, 이 경우 회수가능금액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는 마치 경·공매에 넘기면 모든 사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정부의 부실사업장 선별이 끝나면 해당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고, 토지의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경·공매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정리방안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축은행중앙회가 최저입찰가를 30% 낮추겠다고 했지만, 현재 절반 이하 가격에도 팔리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PF 사업장을 경·공매에서도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남은 것은 수의계약뿐"이라며 "실제 대출금액의 10%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PF채권 매각을 통해 당장 손실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캠코는 2008~2011년 저축은행으로부터 총 7조4000억원의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사후정산부조건으로 장부가액에 매입했다. 당시 사업재구조화를 통한 정상화 실적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저축은행으로서는 사후정산조건을 바탕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 충격을 3년간 나눠질 수 있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 큰 변화가 있어 피해가 일어났다면 대부분 안정화 펀드를 만들어 시장의 연착륙을 이끌어왔던 것처럼 그런 지원도 필요하지 않나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성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급격한 부동산PF 손실화나 손실처리시 취약한 금융회사와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며 "부실화나 합의 단계별 구조조정 절차 확립을 통해 일정기한 내 대주단 미합의시 법적 구조조정과 정리를 추진하고 금융회사 구조조정 추진에 대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