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 주도하는 식품사… 오너 과감한 리더십 공통점프랑스, 영국 이어 이탈리아 확대하는 SPC 글로벌 사업 위기“투자 필요한 해외 사업 오너 리더십 없이 추진하기 어려워”
  • ▲ 3월 24일 허영인 SPC 회장(왼쪽)과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오른쪽)이 함께 SPC그룹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SPC그룹
    ▲ 3월 24일 허영인 SPC 회장(왼쪽)과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오른쪽)이 함께 SPC그룹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SPC그룹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글로벌 시장 K-베이커리 사업에 대한 그룹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K-푸드 열풍을 주도해온 SPC그룹에서 총수의 역할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의 ‘노조 탈퇴 의혹’ 관련 수사로 구속된 허 회장을 두고 K-푸드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K-푸드 열풍을 주도하는 식품사들의 공통점은 총수의 판단과 결단이 통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장기적 투자와 리스크를 동반하는 탓에 총수의 일사불란한 추진력 없이는 과감한 투자가 힘들다. 

    이런 추세는 이어지는 중이다.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수출 라면 전용 공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고 지난 2021년 오너 김정수 부회장이 복귀한 삼양식품도 최근 수출을 위한 경남 밀양 ‘불닭볶음면’ 전용 2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SPC그룹도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통해 2004년부터 해외에 진출했으며 해외 10개국에 55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원조 K-푸드 기업’으로 꼽힌다. K-푸드 열풍 가속화에 따라 올해는 SPC의 해외 사업 확대가 더욱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최근 사법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PC그룹은 최근 공정위 과징금 행정소송과 계열사에 대한 저가 양도 배임 재판에서 승소하며 사법 리스크에서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이슈로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4일 검찰은 황재복 SPC 대표이사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구속했고, 급기야 건강 문제로 검찰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던 허 회장을 조사하기 위해 2일 체포했다. 허 회장은 이날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수의 장기 부재를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SPC그룹은 전 정부의 직접고용 명령에 따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고용해 설립한 회사인 PB파트너즈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복수노조가 있다. SPC그룹은 회사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측 노조를 지원하고, 노조위원장에게 회사의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나 성명서를 발표하게 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4월 고용노동부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수사가 약 2년 가까이 진행되는 등 장기화 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SPC 본사를 비롯해 관계자들을5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하고, 다수의 임직원들이 소환되거나 구속되는 내용들이 언론에 고스란히 보도되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있다.

    법 집행은 엄정해야하지만 이런 상황이 K-푸드 열풍을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3월 24일 허 회장은 방한 중인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Mario Pascucci)와 만나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바 있다.

    프랑스,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파리바게뜨가 진출하게 될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해외 기업과의 협력관계 및 비즈니스 추진에 있어서는 그룹 총수의 결단과 협의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 파리바게뜨가 사우디아라비아 기업과 MOU를 체결하며 중동 시장에 K-베이커리 진출을 공식화하고 올해 준공을 앞둔 할랄 시장 공략 위한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 등의 해외 사업 추진도 모두 허 회장 리더십의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오너경영 체제가 사업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들에 있어서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글로벌 사업과 같이 대대적인 투자나 해외 기업과의 협업은 통상적으로 오너 리더십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