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 위원 "인플레 고착시 연내 금리인하 불필요"고물가‧고환율‧고유가 지속… 물가상승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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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환율(강달러)‧고물가‧고유가의 ‘3고’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한은이 올해 금리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준에서 ‘매파(통화긴축선호)’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일(현지시간) 투자전문지 '연금과 투자'(P&I)‘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경제가 견조하게 유지되면 연내 금리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현재 경제에는 많은 모멘텀이 있다”면서 경제가 소비자 지출에 힘입어 계속 강하게 성장하면 “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세를 지속할 경우 연준이 금리를 현재의 5.25~5.50%에 더 오랫동안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카시카리 총재의 이날 발언은 인플레이션의 둔화세가 멈출 경우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시카리 총재는 앞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둔화세를 유지할 것을 전제로 연내 2회 금리 인하 전망을 써냈다고 밝혔다. 전체 연준 위원 전망치의 중간값은 3회 인하였다.

    연준 위원의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거세지면서 한국은행도 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올라서고 국제유가와 환율까지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선뜻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지난해 8~12월 3%대를 맴돌다 올해 1월(2.8%) 반짝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두달 연속 3.1%를 이어갔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11.7%로 2021년 4월(13.2%)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해 전체 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다. 

    국제유가도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4일(현지시각) 오후 기준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1.13달러(1.32%) 오른 배럴당 86.56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전일대비 1.37달러(1.53%) 상승한 배럴당 90.72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WTI는 19%, 북해산 브렌트유는 16%나 급등했다.

    5일 원·달러 환율 역시 전 거래일(1347.1원)보다 4.9원 오른 1352.0원에 출발했다. 환율은 작년 11월 1일(1357.3원) 이후 최근들어 135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이 1370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환율 급등은 수출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원자잿값 상승을 유발해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한국은행은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수록 선뜻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

    한은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경제 주체들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지난달 26일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에서 “과거 경험에 비추어 금리가 하락할수록 금융안정에 미치는 비선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경제 주체들의 미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