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도원 회장 중처법 위반 혐의 첫 정식재판‘직접적 책임 소지’ 판단 놓고 첨예한 대립 예상건설업 불황 장기화, 중처법 리스크 ‘악재 겹겹’
  • ▲ ⓒ삼표시멘트
    ▲ ⓒ삼표시멘트
    삼표그룹이 건설업 등 전방산업 부진 장기화에 따라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도원 회장의 사법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일 오전 10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 대한 첫 정식공판이 열린다. 2022년 1월 29일 중처법 시행 이후 기업 오너가 기소된 첫 사례여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삼표그룹은 중처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하며 ‘1호 사고’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이종신 대표 등 삼표산업 경영진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이 정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판단해 기소하면서 대기업 총수에 책임을 물은 첫 사례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 회장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유해·위험 요인 등 확인·개선 절차와 중대산업재해에 대비한 매뉴얼 마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정 회장에 직접적으로 책임 소지를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검찰은 정 회장이 채석산업에 30년간 종사한 전문가로서 ▲사고현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에 안전보건 업무 등에 관한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 실질적·최종적 권한을 행사한 점을 근거로 중처법 상 경영책임자라고 보고 있다.

    삼표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검찰의 정 회장에 대한 경영책임자 판단에 대해 중처법이 규정한 ‘책임자’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법리적 해석이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변론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변호인단은 공판준비기일에서 중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위헌법률심판은 어떤 특정 사건의 재판에서 적용되는 법률에 규정된 사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판하는 절차다.

    변호인단이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청구에 나설지도 관전포인트로 지목된다. 최근 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원칙 ▲자기책임의 원칙 등에서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영세기업까지 이번 재판을 관심 있게 지켜볼 전망이다. 중처법 1호 사고로써 지닌 상징성이 크고, 총선 직전에 공판이 시작되는 만큼 정치권과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중처법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법리스크 장기화와 함께 경영환경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삼표를 역합병해 그룹 지주사 반열에 오른 삼표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5109억원, 영업이익은 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2.3%, 991.8%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영업 성과가 아닌 합병에 따른 일시적 수치 증대에 불과하다.

    삼표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매출은 8237억원, 영업이익은 847억원으로 2022년 대비 각각 14.2%, 19.1% 증가했다.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26.7%, 35% 성장했던 데 비춰 실적 성장세가 둔화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판매단가 현실화와 대체 연료 사용 증대 등 원가절감 노력으로 성과를 냈다”며 “올해는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건설업황의 수요와 투자가 줄고, 시멘트 출하도 감소가 예상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됨에 따라 원가절감 기반 수익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중처법 재판의 피의자는 법인체를 포함해 총 8인이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중처법 위반(정도원, 삼표산업),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이종선, 최현), 업무상 과실치사(신승식, 문재엽, 김우진, 임밝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