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표로 대통령 면담 후 내부서 비판 여론타협안 없었지만 '밀실 결정' 의혹 제기로 논란 키워의료대란 멈추려면 대화 창구 열어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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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를 대표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4일 면담을 가진 후 탄핵론에 휩싸였다. '밀실 결정'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고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가 만약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라는 문장이 아닌 타협안을 가지고 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

    의대증원 문제에 있어서 의료계 강경파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뿐만 아니라 대다수 전공의들로 보는 것이 맞다. 박단 위원장 역시 동일한 기조를 갖고 있는데도 '봉합의 빌미'를 조금 열었다는 측면에서 '간첩'에 비견되는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8일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장은 "의료대란 장기화는 대형병원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의사가 근무할 장소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중증 환자가 갈 곳이 없는 심각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라며 "봉합이 최우선인데 조그마한 물꼬를 텄다고 비난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박단 위원장이 동료들 사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면 선배들이 보호망을 형성해 도와주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시작과 동시에 대전협은 ▲의대증원 2000명 계획과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의사 수계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명령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7대 요구사항'은 성역으로 묶인 상태가 됐고 이 전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대란 장기화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근거로 작용 중이다. 타협이 아닌 정부의 백기 선언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박단 위원장의 대통령 면담으로 인해 요구 사항이 100%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탄핵 성명이 나온 이유가 됐다. 이어 임현택 의협회장의 역시 비판 의견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임 회장은 본인의 SNS에 "A few enemies inside make me more difficult than a huge enemy outside(몇몇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고 적었다. 

    이는 박단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한 것으로 풀이되며 의료계 종주단체의 수장이 이러한 기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전공의들 사이 간첩이라는 의미로 '백두대간 전공의'로 박단 위원장이 표현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익명의 전공의는 "대통령과 합의에 이르지 않았으나 앞으로 박단은 전국 사직 전공의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지를 하지 않고 독단으로 강행할 위험이 있다"며 "탄핵안을 올리고자 한다"고 했다.

    이처럼 대통령 면담이 진행된 이후 의료계 내홍이 수면 위로 올랐다. 정부의 백기 선언을 받아내야 한다는 의중이 명확해진 것이다. 

    전날 의협 비대위는 "박단 위원장의 대통령 면담은 의미 있는 만남"이라고 하면서도 "원점 재검토라는 의료계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당장 2000명 의대증원 절차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는 SNS을 통해 "우리집 아들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지요"라면서 "어미·아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천공? 윤통?) 만나 담판 지어야죠"라고 했다. 

    또 "전공의, 학생들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의협이 전공의들의 7대 요구사항을 같이 주장해달라"고 했다. 이는 의대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일련의 정책 철회를 의미한다. 

    결국 의료계 사이서 같은 듯 다른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봉합 또는 중재'에 다가가는 인물은 즉각 비판의 대상으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형태가 됐다. 현 상황서 유일한 출구전략이 박단 위원장의 행보로 좁혀졌는데 이를 막아서는 벽이 둘러쳐진 모양새다. 

    한편 이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박단 위원장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한 것에 대해 조금 실망스러운 반응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그 한마디를 갖고 대화가 끊겼다는지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첫술에 배부르겠느냐"며 "나름대로 대화했고 경청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대화를) 이어가 보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