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대상 유상증자 1년만 철회667억원 모아 회사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 활용 계획 차질美 CDMO 자회사 VGXI도 적자 규모 확대대주주 포함 특수관계인 지분 10%대, 외부투자자 유치도 쉽지 않을 듯
  • ▲ VGXI 전경.ⓒ진원생명과학
    ▲ VGXI 전경.ⓒ진원생명과학
    진원생명과학의 자금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CDMO(위탁개발생산)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1년간 끌어왔던 유상증자 계획도 철회하면서 운영자금 확보를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3일 667억원 규모의 주주 대상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22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 뒤 주주에게 먼저 배정하고 남은 실권주에 대해서는 일반공모를 실시할 예정이었는데 1년여 동안 4차례에 걸쳐 유상증자 실시가 미뤄지면서 아예 철회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당초 계획은 지난해 5월 818억원을 모집하려고 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 영향으로 신주 예정발행가액을 낮추면서 모집목표액도 667억원으로 낮아져 기존 주주 및 신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진원생명과학은 유상증자를 통해 모은 자금을 회사 운영자금, 시설자금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진원생명과학은 유동자산 규모가 2021년 1346억원, 2022년 731억원, 2023년 346억원으로 해마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어 자금 수혈 필요성은 크다.

    매출 규모도 2021년 387억원, 2022년 487억원, 2023년 402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영업손실은 2021년 274억원, 2022년 401억원, 2003년 484억원으로 2년새 76.6%나 늘었다.

    미국에서 유전자치료제 원료로 활용되는 플라스미드DNA CDMO 사업을 하는 자회사 VGXI도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서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19억원을 올렸지만 당기순손실 24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매출(311억원)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당기순손실 규모는 88억원에서 2배 이상 커졌다.

    진원생명과학은 계약서상의 비밀조항으로 인해 플라스미드DNA 수주잔고를 상세히 기재하지 못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수주계약은 올 1월30일이 납기일인 계약 1건 뿐이었다. 수주잔고도 66만4422달러어치(9억원)에 불과했다.

    올 1월 미국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CDMO기업 내셔널리질리언스와 장기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숨통을 틘 모양새지만 구체적 공급규모는 비공개다.

    이처럼 곳간이 비면서 지난달 박영근 대표이사와 조병문 전무이사를 포함한 회사의 특수관계인 등에 대해 신주 156만5218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약 36억원을 급히 채워넣기도 했다.

    외부 투자자 유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 1일 기준 박영근 대표의 지분은 8.37%에 불과하고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도 두 자릿수를 간신히 넘기는 10.47%에 그쳐 지분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이들의 지분 가치는 201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국 손을 벌릴 곳은 주주들뿐인 셈이다. 신주 발행가액을 낮춰서 다시 유상증자에 나설 공산이 크다.

    하지만 주주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탓에 배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임직원들은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박영근 대표와 조병문 전무는 지난해 각각 28억원과 7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의 조욱제 대표의 지난해 보수는 11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보수는 12억원이었던과 비교하면 2022년 40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진원생명과학의 박 대표와 조 전무의 보수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직원의 평균 급여금액도 적지 않다. 지난해 78명의 직원의 연간 급여총액은 65억52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84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지난해 한미약품 직원 1인의 평균 급여액 8000만원, 대웅제약 7300만원을 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