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 190석 몰표중처법 유예 무산, 노란봉투법 다시 꺼내들 듯상속세 개편도 기대 난망대기업 임금삭감도 촉각경제단체 "상생-화합 기대"
  • ▲ 국회의사당 전경ⓒ뉴데일리DB
    ▲ 국회의사당 전경ⓒ뉴데일리DB
    범야권이 190석 가까이 휩쓴 총선 결과가 발표되자 재계는 긴장감 속에 향후 경제정책 기류 변화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184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09석으로 개헌저지선은 확보했지만, 거대야당의 입법을 막을 의석을 확보하진 못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12석,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이 각각 1석씩 확보해 범야권 의석은 188석에 달한다. 반윤 진영으로 분류되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의 3석을 합하면 190석을 넘어설 전망이다.

    압도적인 야당 의석은 입법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야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권한을 얻었다"며 "야당의 입법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반복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 쟁점법안 재점화

    당장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 노사 관계를 첨예하게 만드는 법들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제계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규제로 중대재해처벌법(43.3%)로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총선이 치러진 지난 10일 "사업체수의 99%와 고용의 8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계와 적극 소통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유예하는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도 쟁점으로 떠오를 여지가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기업은 수많은 하청 노조와 일일이 단체협상을 벌여야 해 대부분 기업 노사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총은 "산업 현장은 하청 노조의 원청 기업에 대한 교섭 요구와 파업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 임금 깎아 중소기업으로? 임금 체계 혼란 불가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더욱 큰 변수로 평가된다.

    조국혁신당이 내건 '사회연대임금제'는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억제해 중소기업 임금을 상승시킨다는 공약이다. 구체적인 정책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인식이 국회에 정착된다면 임금체계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몰린다면 기업혁신은 물건너 가는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이 엇비슷해지면 누가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겠나"고 했다.

    내달 시작되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는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여부와 함께 업종별 차등적용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여야 갈등은 제대로 된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 최대 쟁점이었던 물가 문제가 22대 국회에서도 부각될 것"이라며 "물가와 연동되는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뉴데일리DB
    ▲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뉴데일리DB
    ▲상속세 개편·금투세 폐지 물건너가나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속세 개편 논의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상속세를 지목하고 부담 완화에 힘을 실었다.

    현행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 50%로 최대주주의 지분을 상속에 붙은 할증과세를 포함하면 최대 60%까지 치솟는다. 일본의 55%보다 높은 세계 1위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평균 25.8%보다 2배 이상 높다.

    예컨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세 10조5905억원이 미국 기업이었다면 7조2747억원으로 줄어든다. 3조원 가까운 돈이 기업 발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수록 수출 기여도가 증대한다는 것을 고려해도 상속세 부담 완화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그러나 야당은 상속세 개편을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로 규정하고 있어 발목을 잡을 공산이 커 보인다.

    여당의 핵심 공약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당장 도입을 2년 유예한 상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내년 시행이 유력해 보인다.

    ▲숨죽인 재계… 정국 향방 촉각

    경제단체들은 총선 결과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개헌과 탄핵을 제외하면 뭐든 가능한 제왕적 권한을 쥔 거대야당 출범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경제단체들은 경제활성화와 규제혁신, 노사관계 안정을 주문하는 원론적인 논평만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대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드는 대의기관으로 일하는 국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고, 한국무역협회는 "여야 화합의 협치로 우리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무역 강국 도약에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큰 선거에 대한 논평은 선거결과가 윤곽이 잡힌 뒤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소모적인 논쟁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듯 출구조사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논평을 쏟아낸 것이 인상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