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보복공격고유가·고환율 지속시 인플레이션 우려↑정세 악화 땐 '스테그플레이션' 나타날수도경제당국 긴급 회의 잇따라 열며 대응책 고심
  • ▲ 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보복공격ⓒ연합
    ▲ 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보복공격ⓒ연합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공습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란의 사상 첫 본토 공격에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고물가 여파가 지속하며 수입 물가 부담을 키우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로 우리나라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중동 위기가 유가·환율 꿈틀 … 물가급등 부르나

    15일 런던 ICE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2일(현지 시간)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당분간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제 유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유가가 오르면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가격 인상 압력이 강해지고 제조업 전반의 생산 단가가 높아지면서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의 생산 비용은 5.9%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금액이 약 0.2% 증가하는 데 비해 수입 금액은 0.9% 늘어 무역수지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375.4원에 마감하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적정 환율과 손익분기점 환율을 웃돌고 있어 이런 추세가 장기화하면 수익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올해 지난해 수출 실적보다 10% 증가한 7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원유는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면서도 대처하기 힘든 대외요인"이라며 "기업으로서는 비용 상승, 소비자로서는 석유류 제품값 상승으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중동 지역 정세가 악화할 경우 고유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결국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중첩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물가 충격 완화와 국제 유가 모니터링 강화 등 정부의 선제적 대책이 요구된다. 
  •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현재까지 피해 없어" … 정부, 비상대응체계 돌입 

    정부는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범정부 차원의 국제 유가, 에너지 수급 및 공급망 관련 분석·관리 시스템을 밀도 있게 가동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에 따른 중동 불안 고조로 거시경제·금융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면서 "정부는 각별한 긴장감을 가지고 범정부 비상대응 체계를 갖추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현재까지 현지 교민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고, 아직 원유 수급과 공급망에도 차질이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에너지·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되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면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하며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수출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주무부처인 산업부도 석유공사,가스공사,무역협회, 코트라, 무역보험공와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가격, 수출입 및 공급망 등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정부유관기관들이 모여 긴급 점검한 결과, 현재까지는 석유·가스, 수출입, 공급망 등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향후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밀도있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