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수면 위 오른 전공의, 환자들도 분노 표출'사명감'이라는 말로 가스라이팅 … 수련 중단 선언생명 볼모로 잡은 행위 … 명단 확보해 환자 스스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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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의정 강대강 대치가 풀리지 않고 봉합 지점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전공의와 환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공의는 병원 이탈과 사직서 제출을 인권침해에 맞선 행위로 규정했고 환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자행되는 문제임을 지적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전공의들의 입장 표명이 구체적으로 변했다. 대표성을 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함구하고 있지만, 일선 전공의들이 수면 위로 올라 의대증원 선봉장 역할을 한 박민수 복지부 차관 경질을 비롯해 왜곡된 의료생태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료개혁 반발을 막기 위해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을 내려 '신체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한다. 또 국민 건강과 보건이라는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하며 '환자의 생명권'은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떠난 행위를 '독립운동'에 비견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일 대한병원협회 정기총회에 박민수 차관이 초청받을 것을 두고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이 느꼈을 배신감이 든다"고 한 전공의 발언이 있었다. 

    이날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기자회견을 열러 3월 13일부터 4월 12일까지 진행한 서면 및 현장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공의 A씨는 "이번 의료개악과 같은 일이 다음 정권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며 "매 정권마다 의사를 악마화 할 것이고 국민들은 함께 돌을 던질 것이기에 전공의 수련을 받고싶지 않다"고 했다. 

    전공의 B씨는 "정부와 환자들이 '사명감'이라는 말로 전공의들을 '가스라이팅'한다. 사명감, 희생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C씨는 "국민들이 던지는 돌이 너무 아프다. 내가 치료한 환자들이 '의주빈'. '의마스'라고 욕을 한다. 살인자들도 이런 심한 욕은 안 먹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옥 사직 전공의는 "의료개혁은 필요하나 의대 증원이 그 답은 아니다. 의료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양적 지표보다도 질이 더욱 강조되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어 "10~20년이 소요되고, 효과가 나타날지도 불투명한 의대 증원보다 당장 실행 가능한 '수요 중심 의료개혁'을 대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환자들, 이탈 전공의 '명단 공개' 맞불 예고  

    전공의들이 의대증원 반대의견과 사직서 제출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동안 환자들은 수술이 밀리고 심화된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직면했다. 진료 거부 등으로 인한 민원은 계속 쌓여가고 있으며 이는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은 전공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대란이 계속될 것이므로 이를 방어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무지 이탈 전공의 명단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환자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지난 2월20일 전공의 집단사직과 동시에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근무지 이탈 전공의 명단 공개와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려 했지만 중단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봉합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여전히 환자의 고통을 심각한데 이를 직접적 당사자인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 정부도 묵인하는 경향이 있어 좌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제 환자들이 나서 의료대란의 피해를 스스로 구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연합회 측은 "전공의 명단을 확보하는 것은 보호망이 없는 환자들이 행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가 될 것"이라며 "현재 일선 수련병원에서 행하는 진료거부는 환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