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최종 손실 위험 높은 부동산 PF 익스포저 4.8조"26곳 부동산 PF 전체 추정 손실 규모 최대 7.6조 원 달해하나證 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개별 증권사 신용도 먹구름
  •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국내 증권사에 드리워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질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실적 감소를 감안하면서라도 저마다 PF 관련 충당금을 쌓으며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으나, 여전히 부동산 PF 전체 추정 손실 규모는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전일 발표한 '금융업권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본PF 19조5000억 원, 브릿지론 10조6000억 원 등 총 30조1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브릿지론'과 인허가 이후 착공 시점에 이뤄지는 '본PF'로 구성된다. 특히 브릿지론 대출은 토지 매입, 인허가 등 변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크다.

    한신평은 최종 손실 위험이 높거나 매우 높은 사업장 규모를 전체 브릿지론의 46%인 4조8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사업성이 좋지 않은 브릿지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후순위 대출일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예일 한신평 연구원은 "캐피탈, 저축은행 대비 양적 부담은 낮은 편이나, 질적 구성은 열위하다"라며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서울‧수도권 선순위 익스포져 비중이 13%로 낮은 반면, 지방‧중후순위 비중은 33%로 높아 위험도가 크다"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보유한 2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부동산 PF 관련 추정 손실액은 4조6000억 원에서 7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선 현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부동산 경기 연착륙 상황을 가정, 부동산 브리지론 부도율이 지역별로 40∼80% 정도로 형성된다면 증권사 손실액은 4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금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의 효과가 미약할 경우 추정 손실액은 7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대형사는 4조2000억 원, 중소형사는 3조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증권사들의 충당금 적립은 전 분기 대비 1조2000억 원이 늘어나는 등 상당 수준 이뤄졌으나,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됐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대형사는 12%, 중소형사는 31% 수준의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증권사를 향한 PF 경고등은 최근 들어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증권사들의 추가 충당금 적립 필요성을 경고한 바 있다.

    나신평은 앞서 지난 12일 '부동산 PF 손실 인식 현황과 추가 손실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국내 증권사의 추가 손실 규모가 약 1조1000억~1조90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PF 관련 리스크 확대에 따른 수익성 하방 압력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형 및 중소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증권사에 비해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실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별 증권사를 향한 경고등도 커지고 있다. 

    나신평은 전일 하나증권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대체투자 관련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IB 부문의 이익창출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다.

    정원하 나신평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외 대체투자와 관련된 손상을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고금리 장기화 등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 지속에 따라 국내외 대체투자 관련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그동안 회사의 성장을 견인해 온 IB 부문의 이익창출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IB 사업 부문의 부진으로 인해 향후 회사 수익 기반의 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국내 초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역시 국내 부동산 관련 리스크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상황이 위험 요소로 지목됐다. 특히 PF에 대한 증권사의 익스포저가 단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형태로 이뤄져 유동성 위기를 키우고, 그에 따른 증권업 하방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S&P글로벌은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둔화가 한국 증권 산업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1~2년 동안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한국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저금리 기조로 인해 크게 상승했고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를 고려해 정부는 점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