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리스크 확산에 환율 고공행진…코스피·코스닥 2%대 급락외국인 투자자, 2거래일 연속 순매도 증시 단기 조정 불가피…"외인 매도세 제한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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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장 중 1400원을 돌파하자 국내 증시가 파랗게 물들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 코스피는 2600선을 위협받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28%(60.80포인트) 내린 2609.63에, 코스닥은 2.31%(19.68포인트) 내린 832.74에 마감했다.

    양 시장 모두 2%대 급락세를 보인 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 영향이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012억원어치, 코스닥에서 16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치솟는 환율이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50원 오른 139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이 열린 지 1분여 만에 1390원을 돌파한 뒤 오전 내내 상승세를 보이다가 장 중 1400원을 터치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이날 오후 구두개입을 공식화했다. 한국은행은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환율은 주말 사이 발생한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자극돼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며 환율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통상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환율 상승은 환차손 증가를 의미해 국내 증시를 떠나는 요인이 된다.  

    실제 이달 들어 1거래일을 제외하고 '사자' 행보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전일 코스피에서 5거래일 만에 순매도 전환해 2381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국내 주식을 19조21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6조1726억원)와 기관(11조7317억원) 순매도한 것과 비교할 때 1분기 국내 증시를 외국인의 행보에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이어온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도 행진도 멈췄다. 외국인은 전날 삼성전자 주식 718억원을 순매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물시장과 유가 움직임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아 중동발 전쟁 우려가 만들어낸 하방 압력은 크지 않아 보이며 원·달러 환율의 오버슈팅이 국내 증시 급락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미국 고금리 장기화에 유가 충격이 겹치면서 환율이 추가적으로 오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적극적인 보복에 나서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 1440원 정도에서 2차 상단이 형성될 수 있다"며 "다만 최근 한국은행이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구두 개입을 한 만큼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가 단기적인 조정은 피할 수 없겠지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순매수가 이뤄졌던 점을 감안할 때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익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단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 상승은 펀더멘털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오버슈팅 가능성이 높으며 증시 전반에 걸쳐 극심한 가격 조정을 유발할 소지가 낮다"며 "단기적으로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설 여지는 있지만 그 강도와 지속성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