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 수혜주 자동차·반도체株 최근 2거래일 외국인 순매수 1위 현대차증시 급락에도 삼성전자로 매수세 쏠려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수출주 비중 확대 유효
  • 고환율·고유가로 인해 국내 증시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런 장세에서도 외국인들은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주로 거론되는 자동차주엔 대거 베팅에 나섰다. 차익 실현에 따른 종목별 차별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반도체 종목에 대한 매수도 멈추지 않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16일 3거래일 연속 파란불이 켜진 코스피는 3.6% 하락하며 26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증시 하락을 견인한 건 외국인 투자자다. 그간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보를 보이며 코스피에서 5404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치솟는 환율이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며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50원 오른 139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이 열린 지 1분여 만에 1390원을 돌파한 뒤 오전 내내 상승세를 보이다가 장 중 1400원을 터치했다.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의 자금이 이탈한 와중에도 오히려 매수세가 쏠린 종목이 있다. 자동차 섹터 현대차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거래일간 현대차(764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밸류업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란 경계감에 3월초부터 주가가 조정받았지만 외국인들은 현대차를 대거 매입했다. 지난 3월 4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현대차로, 8467억원어치 사들였다. 

    통상 수출 기업인 자동차는 원화 약세의 수혜 업종으로 통한다. 해외 현지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동시에 환차익도 볼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각각 연 2000억원의 영업이익 수혜 효과가 있다.

    실제로 증권가는 환율 효과를 반영해 현대차·기아의 연간 실적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은 14조4637억 원으로, 1개월 전(14조3257억 원)보다 0.96% 상향 조정됐다. 기아 역시 한 달 전(11조1705억 원)보다 0.60% 증가한 11조237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원화 약세와 미국 도매판매 증가 등이 손익에 부정적인 요인들을 상쇄시키면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예상보다 주요국의 수요가 높고 원화 약세도 이어지고 있어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했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완성차 뿐만 아니라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주도 비슷한 수출구조를 갖고 있어 고환율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타이어 업체는 올해 전기차용 타이어 교환주기 도래에 따른 판매 증가 영향에 호실적이 예상돼 주목할 만하다는 조언이다. 

    환율이 치솟는 와중에도 외국인들이 대거 사들인 종목은 또 있다.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반도체업종이다. 

    그중에서도 외국인의 매수세는 삼성전자로 쏠리고 있다. 환율이 장 중 1400원을 돌파한 지난 16일 삼성전자를 1070억원, 삼성전자우를 4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다만 반도체 업종에서 엇갈린 매매가 두드러진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였지만 순매도 1위 역시 반도체 종목인 SK하이닉스(-2628억원)였다.

    삼성전자에 비해 그간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SK하이닉스에 대한 차익실현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6개월간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수액이 3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단기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주가 반영이 더뎠던 만큼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어 HBM과 온디바이스 AI 제품이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JP모건은 "메모리 사업 특성상 주가수익비율(PER)보다 PBR 밸류에이션를 판단하는 게 맞다"며 "삼성전자 PBR은 SK하이닉스 대비 31%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국 고금리 장기화에 유가 충격이 겹치면서 환율이 추가적으로 오를 가능성을 높게 점쳐지는 만큼 증권가에선 수출주에 대한 비중을 늘릴 것을 조언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따른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향 수출주에 추가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기계 업종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