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확대로 고물가·고유가 가중부동산 시장 업황 회복 우려 커져
  • ▲ ⓒ뉴시스
    ▲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재택근무로 오피스 자산가치가 하락한데다 기대만큼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여전히 경고등이 켜졌다. 업황 회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해외 부동산 펀드들은 당장의 투자자 손실을 확정하지 않기 위해 만기 연장을 통해 우선 시간을 벌고 있다.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향후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긴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만기를 미루더라도 최초 매입가보다 큰 가격에 자산을 사들일 매수자를 찾기는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만기를 연장한만큼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향후 헐값에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만기 연장 대신 매각을 택한 대표적 사례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이하 미국9-2호)’다.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공모펀드인 미국9-2호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관투자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종 회수율(최초 투자자 기준)은 환율 1300~1400원 가정 시 기지급 완료된 이익분배금 포함 약 97~100%다. 총 회수율이란 운용 기간 중 기 지급된 이익분배금을 포함해 각종 예상 매각부대비용, 세금, 펀드 비용 등을 차감한 후 투자자 납입금액 대비 비율이다. 이익분배금 등을 제외한 원금 회수율은 46~50% 수준이다.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보인 미국9-2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리차드슨의 복합단지인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 동과 부속 건물로 구성돼 있다. 북미 최대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2037년까지 오피스 면적 전체에 대한 장기 임차 계약을 맺으면서 초우량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장기 우량 임차인을 확보한 미국9-2호도 임대료는 정상 납부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며 오피스 출근율은 30%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향후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인 셈이다.

    이에 미래에셋은 일부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매각을 최우선으로 판단했다. 만기 연장을 위해 필수적인 리파이낸싱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 오피스 자산가치 하락으로 선순위 대주들이 요구하는 기존 대출의 담보비율(LTV)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현금 출자 등을 통한 기존 대출 원금 일부 상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익자 동의 하에 모든 수익자가 균등하게 출자해야 하는 공모펀드 특성 상 추가 출자 실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장기 임차인이 있는만큼 향후 부동산 시장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장담할 수는 없다. 미국9-2호는 최초 투자 기준 자기자본(미국9-2호) 3억4000만달러와 타인자본(현지대출) 4억5200만달러로 이뤄져 있는데,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극대화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손실률이 더욱 커진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상승폭보다 자기자본 투자자, 미국9-2호 투자자들의 이익 손실 폭이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수익자 총회를 개최하더라도 공모펀드의 특성상 만기 연장을 위한 투자자들의 합의가 어렵다는 것도 이유다. 미래에셋은 판매사 세미나 등을 통해 현황을 공유했는데 총 회수율 97~100%의 최초 투자자들은 만기 상환을 기대했다. 

    원칙적으로 부동산 펀드는 최초 설정된 만기에 수익자들과의 계약에 따라 펀드를 청산할 의무가 있다는 것도 고려할 사항이다. 반면 중간에 시장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손실이 크게 발생하면서 여러 의견이 혼재한 상황이다. 

    신탁 계약상 운용사가 자산을 매각하는 의사 결정은 수익자 총회 결의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개최할 경우 출석한 수익자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된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 결의한다.

    9-2호 매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또 다른 미국 상업용 부동산 펀드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애틀란타 소재 오피스에 투자하는 해당 펀드는 2025년 1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대출 만기는 오는 8월로, 조만간 매각과 리파이낸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펀드와 대출 만기일이 다른 이유는 국세청으로부터 원천징수세금을 환급받기 위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펀드 만기 후에는 환급 받아 수익자들에게 분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통상 펀드 만기일을 6개월 길게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내용은 펀드 상품설명서에 고지되어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9-2호의 경우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사모펀드를 조성해 투자한 미래에셋증권도 일부 손실을 기록했는데 그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못했고,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매각이 최우선이었을 것”이라며 “만기 연장과 매각의 정답은 없으나 지금처럼 EOD 발생 자산이 증가하는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는 단순한 금리 전망 외에도 향후 배당 수익, 시장전망, 자산현황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