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 폭락에 사라진 8만전자·18만닉스SMCI·TSMC·ASML 반도체 업체 실적 우려 현실화"반도체 업황 바닥 통과… 향후 이익 방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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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이 불었던 반도체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 최근까지 '8만전자'·'18만닉스' 별칭이 통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고공행진이 멈췄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주가 폭락이 반도체 하락장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조만간 발표될 주요 기술주들의 실적이 주가 변동성을 더 키울지 주목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7만6100원에 장을 닫았다. 이날 10시 50분 삼성전자의 주가도 7만6200원 대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8일 꿈의 8만 원을 넘어서며 9만 원 문턱까지 오른 바 있다.

    그러다 이달 16일 8만 원선을 위협받은 이후 이내 7만 원대로 다시 주저 앉았다. 하락세도 가팔랐다. 지난 18일까지 7만9600원을 유지했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7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 초반에는 2% 가까이 주가가 빠지면서 16만 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현재는 17만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2일 장중 19만140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쓰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7.52%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가의 폭락은 미국 엔비디아발 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AI 버블 붕괴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중동발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이 급등한 기술주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950.02달러의 최고가를 올렸던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9일 기준 최고가 대비 무려 24.6% 하락한 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폭락에 시가총액은 2조 달러가 무너지기도 했다. TSMC의 반도체 시장 성장률 하향조정과 최대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네덜란드 ASML의 1분기 실적 부진도 국내 반도체주 하락장에 부채질했다.

    여기에 AI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도 우려를 더했다. 슈퍼마이크로는 지난 19일 1분기 실적 발표 날짜를 알리면서 기존과 다르게 잠정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투자자들은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고 판단해 반도체주 매물을 대거 출회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 급락 배경은 중동 지정학적 우려로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상태에서 SMCI, TSMC, ASML 등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우려가 매도세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며 "과거 7개 분기 동안 예비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과 이익 전망치를 상향해 온 SMCI가 이번 1분기 실적에는 예비 실적발표를 생략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의 바닥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또 이번주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빅테크주의 1분기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이 향후 반도체주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통과하고 있으며 국내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도 꾸준히 상향될 것"이라며 "주가는 조정을 받겠지만 사이클이 뒤집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조정을 활용해 주식을 사모으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중동 분쟁 등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기 주가 변동성은 높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1분기 실적 절대치도 중요하지만 향후 이익 방향성과 모멘텀을 확인하면서 보유 종목의 투자 전략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