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CEO "올해도, 내년도 완판""HBM3E 12단, 3분기부터 양산""적기 수요 대응"… 투자 박차용인 첫 팹 내년 착공, 2027년 완공
  • ▲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사장) ⓒSK하이닉스
    ▲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사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력질주에 나선다. 미국 인디애나에 HBM 패키징 공장 신설하고 청주와 용인에도 HBM 생산기지를 구축해 AI 반도체 시대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2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한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메모리 기술력 및 시장 현황, 청주·용인·미국 등 미래 주요 생산거점 관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용인 클러스터 첫 팹 준공(2027년 5월)을 3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김주선 AI 인프라 담당(사장), 김종환 D램개발 담당(부사장), 안현 낸드솔루션 커미티 담당(부사장), 김영식 제조기술 담당(부사장), 최우진 P&T 담당(부사장), 류병훈 미래전략 담당(부사장),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SK하이닉스는 무엇보다 시장을 선점한 HBM에 대한 자신감이 돋보였다. 올해 생산분이 이미 완판(Sold Out)된데 이어 내년 생산분에 대해서도 완판됐다고 밝히면서 HBM 시장의 꾸준한 성장과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곽노정 사장은 "현재 당사의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 상태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인 상황"이라며 "AI 시대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준비된 기업이자 업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내실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해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아 HBM도 이제 막 성장에 물꼬를 텄다고 보는 입장이다. 지난해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5%를 차지하는 수준에 불과했던 HBM이나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는 오는 2028년엔 전체 시장의 61%에 달할 정도로 전도유망하다.

    김주선 AI 인프라 담당 사장은 "AI 시대 차별적인 가치를 누가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은 메모리"라며 "AI 시대는 결국 데이터 중심(Data centric) 시대를 뜻하며 이 데이터를 저장, 축적, 재생산하는 선순환 고리의 중심에 메모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데 HBM인 HBM3E 12단 제품도 오는 3분기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AI반도체 시장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확정지으면서 HBM의 앞선 기술력은 물론이고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음을 알렸는데, 여기에 더해 12단 제품까지 발 빠르게 양산하면서면서 시장 리더십을 더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투자를 확정지은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도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비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패키징 기술력은 HBM 핵심 기술력 중 하나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독자 보유하고 있는 MR-MUF 기술을 한단계 더 발전시킨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를 미국 생산기지에서 책임진다는 계획이다.

    최우진 P&T 담당은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라며 "6세대 HBM인 HBM4에도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16단 제품을 구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 건설 조감도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 건설 조감도 ⓒSK하이닉스
    국내에선 청주 M15x를 HBM 생산 공정으로 활용하며 확대되는 HBM 수요에 대응한다. 오는 2027년 준공을 앞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팹 가동 전에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해 기존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주로 하던 청주 공장이 변신하게 된 것이다.

    김영식 제조기술 담당은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팹 가동 전에 캐파 확대가 필요했고 이미 부지가 확보돼있는 청주에 M15x를 건설하기로 했다"며 "EUV를 포함한 HBM 일괄 생산공정을 갖출 예정이고 TSV 캐파 확장 중인 M15와 인접해 있어 HBM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꽃 피울 수 있는 핵심으로 꼽히는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의 1기 팹 건설을 시작으로 민관과 지자체가 협력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에 총 4기 팹을 순차적으로 건설할 예정이며 그 중 첫번째 팹은 내년 3월 공사를 시작해 3년 뒤인 오는 2027년 5월 완공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에 국내 소부장업체들과 협력할 수 있는 미니팹 건설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약 9000억 원을 들여 미니팹 반도체 클린룸을 건설하고 기술 인력 또한 무상 제공한다. 최신 장비까지 갖추는 미니팹에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가 투자에 나서고 운영도 지원해 시너지를 낸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가 현재의 AI 반도체와 HBM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오랜 시간 노력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메모리 업황 불황으로 고전하던 시기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여기서 커진 D램 기술 경쟁력이 결국은 AI 반도체 분야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았다.

    곽 사장은 "과거 2012년 SK그룹에 편입될 당시 업황 악화로 대부분 기업들이 투자를 10% 이상 줄이는 상황에서 SK는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하면서 구성원들 사기도 재고되고 전 사업분야, 특히 언제 열릴지 장담할 수 없는 HBM 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뤄졌다"며 "고객 맞춤형 성격이 큰 AI 반도체 특성 상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으로 고객사나 협력사들과의 관계가 긴밀하게 구축된 점도 AI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