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순위 '0%대 경쟁률' 단지들 잔여물량 해소 지지부진'사하 경남아너스빌 시그니처' 지하철역 도보 15분 거리국평 7억 '의정부 롯데캐슬 나리벡시티' 고분양가에 발목
  • ▲ 분양아파트 견본주택내 설치된 단지모형도. ⓒ뉴데일리DB
    ▲ 분양아파트 견본주택내 설치된 단지모형도. ⓒ뉴데일리DB
    건설업계 숨통을 죄고 있는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 경기 위축이라는 거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입지나 가성비 등에 근원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특히 애매한 입지와 고분양가 탓에 1·2순위 청약경쟁률이 0%대에 그친 단지들은 잔여 물량 해소가 더욱 더딘 분위기다. 시장에선 건설사들이 입지와 가성비를 갖추지 못한 단지들을 '밀어내기식'으로 시장에 공급하면서 대규모 미분양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분양 한파 속에서도 입지 조건 등이 좋은 곳은 완판을 이뤄낸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정부는 사실상 혈세를 동원해 지방 미분양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분양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미분양을 일으킨 지방 단지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부산 사하구에 분양한 '사하 경남아너스빌 시그니처'는 계약금 '제로', 중도금 전액 무이자 등 조건을 내걸고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을 받고 있다.

    해당단지는 1·2순위청약 당시 376가구 모집에 54명만 신청하며 평균경쟁률이 0.14대 1에 그쳤다. 분양 당시 다소 비싼 분양가와 부족한 대중교통 인프라 탓에 흥행실패를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우선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괴정역이 직선 800m 거리로 도보 15분가량이 소요된다. 사실상 역세권은 물론 준역세권으로도 보기 어려운 입지다.

    가성비에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단지 분양가는 △전용 84㎡A 4억8900만~5억4600만원 △전용 84㎡B 4억7400만~ 5억2900만원 △전용 84㎡C 5억1000만~5억4400만원 등으로 발코니확장비 1900만~2200만원을 더하면 5억원대 초중반로 책정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해당단지보다 지하철역이 더 가까운 역세권 신축이면서 브랜드면에서 우위에 있는 '힐스테이트사하역(2022년 12월 준공)' 전용 84.9737㎡가 지난 9일 5억5000만원에 손바뀌됐다.

    입지나 가성비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대안단지가 있는 만큼 청약통장을 소진할 메리트가 떨어진다는게 인근 공인중개소 분석이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현재 힐스테이트사하역 '국평' 매물 호가가 5억원 중후반~6억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며 "출퇴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브랜드파워 등을 중요시 여긴다면 대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경기 의정부시에 공급된 '의정부 롯데캐슬 나리벡시티'도 모집가구를 아직 채우지 못했다.

    현재 이 단지는 계약금 비중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추고 현관 중문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파격 조건을 내걸고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단지는 앞서 실시한 1·2순위청약에서 606가구 모집에 325명만 신청하며 경쟁률이  0.54대 1에 그쳤다.

    의정부경전철 효자역이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준역세권 입지를 갖췄지만 역시 비싼 분양가에 발목이 잡혔다.

    84㎡ 기준 분양가격은 6억1960만~6억9080만원으로 여기에 발코니확장비 2800만~3300만원을 더하면 공급가격은 최대 7억3000만원 수준이다.

    의정부 분양시장 분위기와 주변시세 등을 고려할 때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오는 12월 해당단지 바로 옆에 준공되는 '힐스테이트 금오더퍼스트' 전용 84㎡ 분양권 호가가 5억원 후반~6억원 초반대에 형성돼있다. 신축임에도 의정부 롯데캐슬 나리벡시티 공급가격과 1억원이상 차이나는 액수다.

    의정부 K공인 관계자는 "의정부역 바로 인근을 제외하면 지역 전반적으로 신축에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나 무피(프리미엄 없음)가 붙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정부에서 국평 기준 7억원은 실수요자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라고 설명했다.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1·2순위청약은 선방했지만 '완판'엔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공급된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1·2순위청약 당시 208가구 모집에 1969명이 몰리며 9.47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계약을 포기한 당첨자들이 늘면서 모집가구를 모두 채우지 못했다.

    해당단지는 분양 당시 서울내 사업지임에도 교통인프라가 애매하다는 평가가 적잖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3호선 홍제역이 도보 30분, 대중교통 이용시 15분가량 소요된다.

    현재 이 단지는 계약금 5%에 발코니확장비 무상 등 조건을 내걸고 3차 임의공급을 받고 있다.

    반면 입지나 가성비가 비교우위에 있는 단지는 침체된 분양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 공급된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는 1·2순위청약에서 672가구 모집에 8078명이 몰리며 12.0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지하철 1·3호선 환승역인 명덕역이 바로 옆에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가 흥행요인으로 분석된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6억8156만원으로 주변시세대비 1억원가량 비싸지만 신축 프리미엄에 더블역세권 입지 등을 고려하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눈높이도 점차 높아지는 양상"이라며 "입지든 가격이든 비교우위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브랜드나 지역 상관 없이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