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빅테크 기업 규제에 보복관세 대응 정부·여당, 통상마찰 가능성에 속도조절 시사야당, 패스트트랙 지정 등 강행 의지로 '갈등' 전문가 "빅테크 입김 세 통상 마찰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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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한 보복관세 대응을 시사하면서 플랫폼법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법에 대한 법안 처리 의사를 철회하지 않은 가운데 여야의 온도차도 크다. 여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랫폼법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관세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벼르고 있어 플랫폼법 향방이 안갯속이다.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기술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세(DST), 벌금, 관행 및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와 같은 대응 조치를 검토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에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및 '디지털서비스법'(DSA) 등도 조사대상으로 삼을 것을 지시했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 시작한 디지털세 조사의 갱신과 디지털세 시행 국가에 대한 조사도 지시했다.현재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튀르키예, 인도, 오스트리아, 캐나다가 디지털세를 메기고 있다. 디지털세란 글로벌 정보통신(IT)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얻는 수익에 대한 자국 납부와는 별개로 실제 서비스가 제공·소비되는 국가에도 납부하는 세금이다. 서비스 대상국에서 물리적 연고지를 두지 않는 빅테크로부터 법인세를 거둘 수 없자 과세 공정성 확보차원에서 나온 조치다.한국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역시 조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이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각서에는 구체적 반경쟁적 정책과 관행 사례로 국경 데이터 이동 제한,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에 현지 콘텐츠 제작 자금 부담, 망사용료 부담, 인터넷 해지 수수료 부과 등을 꼽았다. 특히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사진)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한국의 플랫폼법을 콕 집어 미국 빅테크 기업의 차별적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더욱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플랫폼법 입법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국 빅테크 법은 대상에 오르는 반면 중국 빅테크 기업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또 한국 정부의 지리 정보 반출 금지, 외국 기업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 등에 대해 '비관세장벽'이라는 주장을 폈다.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원칙대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플랫폼법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가 아니라 국내 빅테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올해 업무계획에도 플랫폼 반경쟁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추진 계획을 밝혔다.다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법 입법 과정에서 통상환경 변화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고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정위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국가 전체 경제와 관련된 이슈인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할 사안"이라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한·미 간 통상 마찰 우려가 크다며 국회에 플랫폼법의 재검토를 요청한 상태다.당초 지난해 연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조사 결과도 지연돼 올해 상반기 중에 나올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제재 수위는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여당도 플랫폼법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급변한 통상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플랫폼 규제 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여당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플랫폼 규제가 계속되면 한미 통상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실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규제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플랫폼법이 정무위 소위에 상정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본회의에서 바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는 민생입법 5대 과제에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 및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포함시키기도 했다.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2기 행정부에서는 빅테크 입김이 센 만큼 플랫폼법으로 통상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플랫폼법 입법은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보며 이미 추진의사를 밝혔던 만큼 주고받을 수 있는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한미FTA로 상호관세 보다는 한국 정부 정책이나 규제, 시장 개방 정도 등 비관세장벽을 문제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내에서 빅테크 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 상대 국가의 미국 기업 차별 등을 문제삼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비춰 플랫폼법은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이고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