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중도보수 표방 … 與 상속세 개편안에 '초부자 감세' 주장韓 상속세 실질적 OECD 1위 … "자산가들 국내 이탈 부작용"상속세 부담 중산층까지 전이 … 과세자비율 20년간 8배 증가"불분명한 선심성 이전지출 … 계산 방식 오류에 국세법 이탈"
-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속세 제도가 20년 넘게 한번도 개편되지 않는 사이에 현실과 괴리감이 생기며 징벌적 세금이란 오명을 얻은 가운데, 야당이 상속세 부담에 따른 경영권 분쟁이 속출하고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3년간 두배 가까이 오르며 중산층까지 피해가 막심한데도 초부자 프레임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된다.24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도 여당이 제안한 상속세 개편안에 대해 '초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면서 상속세가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이재명 대표는 전날 개인 SNS에서 "초부자 감세에 아직도 미련을 갖고 있나"라며 여당을 겨냥했다. 이재명 대표가 22일 "시가 60억원 이상의 초부자들 상속세를 왜 10%포인트나 깎아주자는 것이냐"며 상속세 관련 여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보인 이후에도 공세를 이어나간 것이다.이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개인 SNS를 통해 "(상속세는) 평범하고 부지런하게 하루를 버티는 우리 20·30세대가 곧 직면할 눈앞 고통"이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 상속세를 폐지할 정도의 대수술을 얘기하는 게 옳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상속세 얘기만 나오면 대한민국을 이제껏 지탱해 오고 자식 세대가 열심히 다니며 성장시키려 애쓰고 있는 우리 자랑스러운 기업을 '나쁜 재벌'이라고 부르고 부자를 악마화시키며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고 꼬집었다.실제로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50%다.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세를 물리고 있어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1위다.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경영을 포기하거나 집안 다툼으로 번지는 사례는 최근에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고(故) 김정주 NXC 창업자가 추진하던 비게임 신사업이 앞서 대거 정리됐는데, 오너 일가가 10년간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가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최근 삼성전자 지분 524만714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 사장은 작년 1월에도 삼성전자(240만 주)와 삼성물산(120만 주), 삼성SDS(151만 주) 등 계열사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총 5586억원을 마련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 물납으로 정부가 최대주주가 되는 기업까지 생겨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대주주 세금까지 고려하면 전 세계 최고 세율을 걷는 국가에서 누가 기업을 운영하고 싶겠느냐"며 "기업은 영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식한테 물려주는 순간 60%씩 없어지면 회사 존속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상속세가 제로(0)인 싱가포르로 국적을 옮기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세청의 국외전출세 현황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부담에 2023년 해외로 떠난 상장사 대주주는 26명에 달했다. 해당 세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2018년(13명)에서 2019년(28명) 급증했으나 2020년(11명) 대폭 감소한 이후 2021년(18명), 2022년(24명)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자산가들의 국내 이탈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올해 한국의 고액 순자산 보유자 순유출을 1200명으로 전망했다. 중국(1만5200명)과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은 4위 수준이다.반면 싱가포르·홍콩 등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마련해 전 세계 부자들의 투자 유치를 끌어들이고 있다. 28년째 상속세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기업 경영을 포기하거나 집안 다툼이 빈번히 일어나는 우리나라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상속세는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는 만큼 자산의 해외 도피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집값과 물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상속세 공제 기준이 28년째 그대로인 만큼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나아가 집값 상승 등 여파로 상속세는 더이상 초부자에게 한정된 세금이 아닌 중산층에게 전이되는 양상이다. 2023년 상속세 과세 대상(결정 인원)은 1만9944명으로 2020년(1만181명)보다 95.8% 증가했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2020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이후 3년 만에 대상자가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년(1만5760명)과 비교해도 26.5% 오르며 높은 증가율을 이어갔다.과세자 비율도 2005년 0.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6.82%를 기록하며 20년 사이에 8배 넘게 증가했다. 과세자 비율은 2008년(1.04%)에 처음 1%를 넘긴 이후 2020년(2.90%), 2021년(3.70%), 2022년(4.53%), 2023년(6.82%) 등을 거치며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결정세액은 7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17배 넘게 뛰었다. 현행 제도상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쳐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상속받으면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해당 기준을 넘는 중산층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다.그런데도 민주당은 이같은 상속세를 두고 '초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일관하는 한편,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최근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상속세를 활용해 청년 세대에게 '기본자산'을 조성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민주연구원은 21일 발간한 '2025 불평등 보고서'에서 "부자들이 낸 상속세를 이용해 사회에 첫발을 딛는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유산을 대물림하는 정책"이라며 '위대한 유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위대한 유산 프로젝트는 아이가 태어나는 시점부터 매달 정부가 10만원, 부모가 10만원 총 20만원씩을 펀드로 적립하고 이를 18년 동안 운영해 아이가 19세가 되는 시점에 최대 774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연간 최대 8조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최대 708만명이 수혜 대상이 된다는 게 민주연구원의 관측이다.다만 재원 마련 과정에서의 적절성과 정책 실행 타당성 등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연구원은 해당 프로젝트의 재원을 상속세로 설정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았다가 죽음을 맞이한 망자가 본인의 직계가족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후손들에게 사회적으로 유산을 주는 개념으로 그 취지가 매우 적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몇몇 경제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의 효과와 재원 마련의 타당성을 두고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는 정책 목표가 불분명한 선심성 이전지출에 불과하다"며 "전문가들에게는 재정 운영의 일반 원칙에 어긋난 선전선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재원 조달의 타당성 문제와 저금리를 전제로 깔지 않아 계산 방식에서 오류가 있다"면서 "특히 상속세는 목적세가 아니라 청년 기본자산을 목적으로 활용하면 국세기본법에 어긋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