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원 활용 차별화된 소비 경험 창출 … F&B 협업 넘어 범위 확대광장시장·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팝업·시몬스 테라스 지역 명소로 거듭차별화·가치소비 트렌드 확산 … 지역 불균형 속 로컬 경제 활성화 모델로
-
- ▲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연합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지역(Local)과의 협업(Collaboration)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에 그치지 않고 관광, 문화, 기업의 창의력을 결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불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 지금, 이러한 협업은 지역과 기업 간 상생을 위한 기회이자 지속 가능한 새로운 경제 모델로 더욱더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집자주]
독특하고 희소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지역'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의 고유한 특징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홍대, 강남, 이태원과 같은 유명 상권이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 특별한 경험을 쌓으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24일 신한카드가 2019년 1분기부터 2022년까지 매년 1분기의 신규 가맹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산, 대구, 전주, 인천 등 지역 이름이 포함된 가게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서울은 순위는 하락했다. 이는 지역의 가치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성 있는 로컬 콘셉트 숍과 산지 직송 플랫폼 이용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통업계도 지역을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F&B(식음료) 제품도 두드러진다. 한국맥도날드의 진도 대파 버거, 파리바게뜨의 제주마음샌드, 제주도 스타벅스 등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6%가 로컬 기반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78.3%가 로컬 식품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70.1%는 다양한 유통업체에서 로컬 식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는 로컬 경제를 기반으로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 ▲ 팝업스토어 알맹이네 ⓒ오리온
나아가 지역의 독특한 감성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협업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광장시장이 있다. 전통시장이 낡고 오래된 공간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젊은 세대를 위한 힙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뉴트로(Newtro·복고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트렌드) 열풍 속에서 전통시장을 찾는 젊은 소비자가 증가하며 다양한 기업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 제주맥주, 용용선생, 오리온 젤리 브랜드 등이 광장시장ㅇ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카드가 전통시장 가맹점 8만9000곳의 카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전통시장 가맹점 매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34% 신장했다. 이용 회원 수도 25% 늘어났다.
광장시장과 함께 소비자가 색다른 공간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며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한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 팝업스토어도 인기다.
동서식품은 2015년 제주도의 모카다방을 시작으로 2016년 서울 성수동 모카책방, 2017년 부산 해운대 모카사진관, 2018년 전주 모카우체국, 2019년 서울 합정 모카라디오, 2024년 전북 군산시 맥심골목을 선보이며 모카골드 브랜드 체험 공간을 운영, 36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인 시몬스 테라스도 경기도 이천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SNS상에서도 인증샷 성지로 떠오르며 해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면서 2018년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
- ▲ 동서식품 모카라디오 팝업스토어 ⓒ동서식품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이 같은 공간에 왜 열광할까.
이는 가치소비(Value Consumption) 트렌드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브랜드의 스토리와 지역성이 반영된 특별한 경험을 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6%가 지역 특색이 반영된 점이 이색적이어서 로컬 식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39.2%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의 모종린 교수는 저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사람들을 공간에 머물게 만드는 힘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그곳에서 향유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있다"면서 "로컬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특히 이같은 협업은 도시 중심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지역 소멸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외 지역 소재 기업 51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4%가 지방 소멸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식품 소비 트렌드 모니터 활동보고서에서 "개성 있고 트렌디한 지역 브랜드의 특색을 담은 제품과 가게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 현상은 원산지 기반의 품질 신뢰도를 높이고 지역적 배경과 문화를 통해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에게는 가치소비를 통한 지역의 경험을 지역에는 소비자 관심을 통한 경제 발전을 기업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와 인지도 상승 등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가 된다"면서 "지역 사회의 상생 발전과 국내산 특산물이 주는 건강한 이미지가 가치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그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 시몬스 테라스 ⓒ시몬스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