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계제도 도입에 기민하게 대응…생보-손보 최대 CSM 달성자본안정성도 확보…조직개편에서도 안정화와 연속성에 방점헬스케어-모빌리티부문 드라이브…ICT 박람회에 실무진 파견도'해외 성과' 이문화 대표 앞세워 英-中 협력사와 추가 성과 기대
  • ▲ 삼성화재. ⓒ삼성화재
    ▲ 삼성화재. ⓒ삼성화재
    삼성화재의 '초격차 전략'이 갈수록 탄력받고 있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가 올해 핵심 키워드로 꼽은 '초격차 삼성화재로의 재탄생'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업계를 통틀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응에 가장 발빠르게 나섰고 구체적인 경영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또 헬스케어, 모빌리티 분야의 '퍼스트무버'는 물론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는 등 기업가치 '업그레이드 전략'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말 기준 13조3028억원으로, 국내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13조원대를 기록했다.

    CSM 계정에서 이익상각분 1조5385억원 이외에도 금융당국의 계리적가정 변경에 따른 1조2002억원 규모의 조정 감소가 발생했다. 하지만 전년대비 63.8% 급증한 신계약 CSM을 확보하면서 감소분을 상쇄, 전년 12조1442억원에 비해 9.54%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CSM은 회사의 미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손익과 직결된다. 대규모 CSM 확보를 기반으로 삼성화재는 지난해 세전이익 2조4446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연결 기준 순이익도 1조8216억원으로, 전년대비 12% 늘어났으며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5.3% 증가한 2조3572억원을 기록했다.

    CSM 산출에 유리한 장기보험 위주의 판매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미래 수익의 원천인 CSM은 고수익 계약을 많이 확보할수록 높아진다. 장기보험이 이에 해당한다. 삼성화재의 장기보험 손익은 1조5393억원으로, 전년대비 12.8% 성장했으며 장기보장성 월 평균 보험료는 155억원으로 전년대비 12.2% 늘어났다.

    확보된 CSM은 가용자본도 늘려 신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IFRS17에서 CSM은 가용자본으로 인정된다. 지난해 킥스비율은 271%로, 전년동기 252%보다 19.0%p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킥스비율 권고치인 150%를 120%p 웃돌았다. 

    이 같은 호실적의 배경에는 IFRS17에 대한 선제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IFRS17 대응은 2016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도입 추진 부서인 'IFRS추진파트'를 구성했다. IFRS17에 대응한 회계결산시스템 구축, 임직원 교육, 재무영향분석 등의 준비작업을 추진하는 전담부서다.

    이듬해부터는 삼일회계법인을 컨설팅파트너로 'IFRS17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화재는 소프트웨어 구축의 마지막 단계를 진행했다.

    이후 진행된 조직개편과 사업추진 방향 역시 IFRS17 도입과 무관하지 않다. 이를 기반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IFRS17 도입에 있어 가장 선도적인 회사로 꼽히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말 이문화 대표 체제로 변화한 삼성화재의 첫 임원 인사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각 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 인사에서는 부사장 9명이 기존 보직을 유지했다. 교체된 한 명도 임기가 만료된 부사장 자리를 신임 부사장이 채운 경우다. 사실상 홍원학 전 대표 체제를 유지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부사장들을 재신임한 배경으로 IFRS17 전환 첫해에 홍 전 대표를 보좌하면서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새 대표 선임에 따른 조직안정화를 가져가는 동시에 IFRS17 하에서도 성과가 좋았던 임원진의 업무연속성을 살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삼성화재
    ▲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삼성화재
    다만 부사장단 구성을 유지한 것과는 달리 조직 구성에는 변화를 줬다. 이 대표는 조직개편에서 장기보험부문에 헬스케어사업팀을, 자동차보험부문에 모빌리티기술연구소와 특화보상팀을 신설했다. 대대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핀포인트 개편을 통해 필요한 분야를 보완, 강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 올해 초 삼성화재는 디지털 헬스케어·모빌리티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년 연속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CT 박람회인 'CES 2024'에 실무진들을 파견했다. 최신 기술들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과 동시에 우량 파트너를 물색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고령화로 보험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사업은 단순한 사후보상을 넘어 종합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한다. 삼성화재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애니핏 플러스'를 통해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화보상팀은 초기보상업무를 담당하고, 기존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모빌리티뮤지엄이 통합·신설된 조직인 모빌리티기술연구소는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보험과 관련된 연구 및 개발을 맡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건강보험상품의 고객 유치로 이어지면서 CSM과도 연결될 것"이라며 "헬스케어와 모빌리티부문은 이 대표가 신년사에서도 강조했고, 조직개편도 있었던 만큼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중국 등 협력사와 해외사업서 추가 성과 기대

    뿐만 아니라 올해는 영국 손해보험사 캐노피우스, 중국 IT기업 텐센트와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한 해외 보험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2010년대 이후로 해외사업에서 외부와 협력해 성장하는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는데 두 곳이 대표 사례이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캐노피우스와 단단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자동차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아시아지역 공동 마케팅을 준비하는 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캐노피우스의 모회사 푸투나톱코에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2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2020년 일반보험부문장일 때 삼성화재를 대표해 캐노피우스 이사회에 참여한 적이 있는 만큼 협력에 기반한 추가 사업계획이나 성과가 조만간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캐노피우스의 경우 삼성화재 투자 이후 실적 개선에 성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역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2005년 해외 보험사 중 세계 최초로 단독 법인을 설립했으나, 이후 텐센트 등 현지기업과 손잡고 2022년 합작법인 형태로 전환했다. 중국 합작법인 지분율은 △삼성화재 37% △텐센트 32% △위싱과학기술회사 11.5% 등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디지털화로 인한 새로운 위험 요인이 등장하면서 선진 보험사들은 성장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추가 자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에 맞춰 현지 기업에 투자하거나 합작하는 인오가닉(Inorganic)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텐센트와 함께 온라인 보험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텐센트의 SNS 플랫폼 '위챗'을 활용해 중국 온라인 보험시장에 진출하고 신사업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가 삼성화재 수장이 오른 것도 해외 영토 확장에 거는 기대감이 투영된 것이다.

    앞서 삼성화재 이사회는 이 대표를 CEO 후보로 추천하면서 "경영지원팀장과 위험관리책임자 등을 맡아 회사 전반의 위험관리와 경영전략 수립 등을 경험했다"며 "특히 일반보험부문장 역임 당시 해외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으로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 해외사업 활로 개척 추진으로 회사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