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교수평의회,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 부결"내부적 논의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의결 보류"부산대·제주대 포함한 20개교 학칙 개정 작업 중
  • ▲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있다. ⓒ뉴시스
    ▲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있다. ⓒ뉴시스
    제주대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 심의를 보류했다. 부산대를 비롯한 주요 국립대들이 증원분 반영 학칙 개정안을 부결·보류하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성공 여부가 미궁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8일 제주대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안 심의를 위해 이날 오후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안건에 대한 심의가 보류됐다. 앞서 이날 열린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 내용을 담은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규정상 총장은 교수평의회 심의에 이의가 있을 경우 7일 이내에 사유를 붙여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앞서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결을 보류했다"며 "제출 기한이 오는 10일이라 그전까지 논의가 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일환 총장은 출장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제주대는 정부 방침에 따라 당초 40명이던 의대 입학 정원을 100명으로 늘리고, 내년도 입학 정원을 정부 증원분의 50%를 반영해 70명으로 모집할 예정이었다.

    부산대에 이어 제주대까지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보류하면서 의료계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위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집행정지 항고심의 경우 이달 중순께 결론이 나기 때문에 의대 증원 절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고, 학칙 역시 가결되지 않을 시 시정명령 등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12개교가 학칙 개정을 완료했고, 부산대·제주대를 포함해 20개교는 학칙 개정 작업 중이다.

    강원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학칙 개정을 보류하거나 부결하는 움직임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학칙 개정을 부결한 대학이 모두 '국립대'라는 점도 정부엔 당혹스러운 점이다. 이번 증원의 핵심 중 하나가 비수도권 국립대가 지역 의료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대폭 증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통상 사립대에 비해 정부 정책 이해도가 높은 국립대에서 '반기'를 들었다는 점도 정부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을 요소다.

    정부는 부산대 의대 정원 증원 학칙 개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학칙 개정이 최종 무산됐다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고, 이에 따라 교육부가 32개 의대에 증원분을 배정한 대로 대학은 학칙을 개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한편, 40개 의과대학 교수들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부산대 학칙 개정안 부결) 결정은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법치국가의 상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지극히 온당한 결정"이라며 "지금부터는 부산대의 모범적인 사례를 본받아 학칙 개정을 위해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선행토록 명시한 고등교육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