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기반 경제·외교정책 변화 불가피관세폭탄 예고… "韓수출 최대 448억불 감소 전망"FTA 흔들기 등 경제 타격 관측… "국익 위한 전략 시급"
-
경기 둔화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경제에 미국발(發) 리스크가 다시 덮쳤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수출 한국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제조업 등 산업 기반 강화 등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높아지는 무역장벽에… "수출액 448억달러 감소 예상"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수출액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157억1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18.3%를 차지했다. 올해 10월까지 대미 누적 수출액도 105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대미 수출에서는 전자기기, 자동차 등 최종 소비재의 비중이 높아 미국의 무역정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반으로한 무역정책은 한국 기업들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는 각국 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해 수출 부진의 터널을 힘겹게 통과한 우리 수출에 있어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의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고, 상대국들이 동일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미국에 부과할 경우 한국의 수출액은 53억달러에서 44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0.67%~0.24% 변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업계는 큰 부담을 겪을 수 있다. 중국산 수입품처럼 60%의 높은 관세율은 아니지만 10% 넘는 관세로 자동차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부담이다. 트럼프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전면 폐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 등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름 중인 철강업계도 트럼프 재집권 시 관세 인상이나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의 무역 장벽 강화가 있을 수 있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반도체와 방위 산업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 내 정치적 진영을 떠나 첨단 전략 산업 강화라는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강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대중국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국우선주의를 강조한 트럼프가 세계 각국이 방위비를 늘리게 돼 방산기업 수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변화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봤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 중국에 수출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 한미FTA 두고 "일자리 킬러" 또 흔들기 우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나 재협상 요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한미 FTA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해왔다.실제로 트럼프 2016년 대선 당시 한미 FTA를 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했으며 취임 후 한국을 압박해 FTA를 3차례 개정하기도 했다. 최근 3년간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증가율이 연평균 27.5%에 달하면서 통상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2026~2030년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안에 합의했으나 재협상 요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백악관에 있으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고 말하는 등 선거운동 내내 한국의 방위비 대폭 인상을 주장했다. 연간 100억달러는 한국이 2026년 지불하기로 한 합의 금액의 9배 가까운 액수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9년 한미 FTA 개정 협상 이후, 무역적자가 빠르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한미 FTA 재개정이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요구가 제기될 여지가 있다"며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무역적자가 증가한 품목을 중심으로 압박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한국을 포함한 FTA 상대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FTA의 상호호혜적 성과에 대한 양국 간 긍정적인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주요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는 미 동부시간으로 대선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30분쯤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