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불확실성 더욱 커질 듯"대미 채널 강화 … 외교통상 전문가 전면에"미국 투자기업, 미국기업과 똑같이 대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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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한국 경제계가 긴장하고 있다. 보호주의 강화로 인해 교역 위축, 저성장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삼성, LG, SK,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은 트럼프 2기 정책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네트워킹 확대 등으로 대응에 나선다는 구상이다.6일 재계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보호주의가 강화돼 저성장과 교역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나서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보조금 지급 등을 살피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상태다.한 대기업 임원은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되더라도 대(對)중국 견제 기조가 강해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였다”면서도 “다만 트럼프의 경우 미국 산업 기반 강화, 중산층 부활 등 일방적인 자국 중심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라 보조금 혜택 감소, 대한 관세정책 강화 등 위험 부담 증가에 따른 기업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주력산업의 대미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경제계의 이 같은 공통된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중심주의에서 기인한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폐기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겠다 수차례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지난 임기 집권 당시 반대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했던 정책들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이에 해리슨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유지·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지만,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하는 경우 미국의 통상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재계는 실제 공약 추진 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한미 관계가 양국에게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기업들은 미국 대선에 앞서 해외 대관조직을 키우고 외교·통상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전방위적 채널 확대 활동을 펼쳐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관 조직을 강화했고, SK는 미국 대관 조직을 신설했으며, 현대차와 LG도 유사한 조직 개편을 통해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국내 기업들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하는 여러사업들이 미국 국익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채널을 강화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일자리 축소, 지역 수혜 혜택 감소 등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급진적인 정책 변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대중 무역장벽 강화 등이 국내 기업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예컨대 트럼프는 전통 연료 친화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IRA 정책을 수행하고 수혜를 받는 주(州) 다수가 공화당 지역이다. 실제 텍사스는 올해 5월 민주당 친환경 주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를 제치고 미국 내 태양광발전 1위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텍사스 외에도 조지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우세주에 재생에너지 발전도 크게 늘었다.또한 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상하 양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만큼 실제 개정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업계 관계자는 “기존 법안의 실질적 무력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부분적 법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산업 축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통 노력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 강경 일변도를 통한 무역장벽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 미국 내 밸류체인을 갖춘 기업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 봤다.‘미국통’ 경제인으로 평가받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지난 7월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미국 민주당이 오히려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경향이 있고, 공화당은 미국에 투자한 기업을 미국 기업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트럼프가 더 나을 수도 있다”면서 “한·미·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만큼)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