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합작법인 설립 본격화 … 공정위 조건부 승인 후 절차 착수신세계 적자 리스크 완화 … 알리바바는 한국 거점 확보해외직구 1위+로컬 판매자 결합 … 시장 판도 재편 전망
-
- ▲ 신세계그룹 CI(위)와 알리바바 그룹 CI ⓒ신세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손을 잡으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조건부 승인을 내주며 합작사 설립이 공식화되자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합작사 공동 경영, 플랫폼은 독립 운영 … 각자 약점 보완
이날 공정위 승인에 따라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지분을 50대50으로 보유하는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각각 100% 거느리게 된다. 플랫폼들은 산하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기존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한국과 중국 자본이 절반씩 참여하는 새로운 이커머스 동맹이 출범하는 셈이다.
이마트는 G마켓 지분 100%를 현물출자하고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2억2500만달러(약 3200억원)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G마켓은 3조원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도 비슷한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합작사 전체 가치는 약 6조원으로 평가됐다.
그랜드오푸스홀딩은 현재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않은 상태다. 이사회 구성원으로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이끄는 휴이왓신신디 법무이사가 유일하게 등기돼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초대 대표로 정형권 G마켓 대표가 내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과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거쳐 지난해 6월 G마켓 수장에 올랐다. 양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균형을 맞추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절차적 배경도 있었다. 이마트는 최근 특수목적법인 에메랄드SPV를 흡수합병했다. G마켓 인수 당시 세워진 이 법인은 합작법인 설립 전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한 장치였다. 이로써 이마트 → 에메랄드SPV → 아폴로코리아 → G마켓으로 이어지던 구조가 간소화됐다.
양사의 이해관계는 뚜렷했다. 현재 구조로는 시장에서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는 지난해 말 "시장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선도 기업으로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며 "G마켓이 지금까지 시장 3위권을 유지해왔지만 양강 체제가 굳어진 만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3조4000억원을 투입해 G마켓을 인수했지만 2022년 655억원, 2023년 321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1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직구 시장 점유율 37%로 압도적 1위지만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세계그룹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알리익스프레스는 로컬 신뢰도를 보완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전체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점유율은 0.3%에 불과하지만 해외직구 시장에서는 37.1%로 1위다. G마켓은 3.9%로 4위 사업자다. 결합 이후 합산 점유율은 41%에 달해 1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 -
◇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 … 쿠팡·네이버 양강 균열 낼까
- ▲ 알리바바그룹 본사 ⓒ알리바바그룹
업계에서는 이번 승인이 쿠팡·네이버가 장악한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변수로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242조원) 기준으로 쿠팡과 네이버는 각각 22.7%, 20.7% 점유율을 기록했다.
쿠팡은 로켓배송 기반의 물류 경쟁력, 네이버는 검색·쇼핑 생태계와 충성 고객을 무기로 삼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컬리와의 새벽배송 제휴하며 컬리N마트 출시 등 공세를 강화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합작의 핵심 전략으로 국내 셀러의 글로벌 판로 확대와 IT 기술 접목, 상품·가격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실제로 G마켓 판매자들은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50개 주요 국가를 거점으로 최대 200여 개 지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알리바바의 기술 역량이 G마켓 시스템에 적용되면 소비자 쇼핑 경험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직구 시장 점유율 37%를 확보하고 있고 G마켓은 60만 판매자와 50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 자산이 결합하면 역직구 시장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쿠팡·네이버의 독점 구도가 견고했지만 알리바바의 글로벌 자본력과 신세계그룹의 유통 인프라가 결합하면 적어도 해외직구·역직구 시장에서는 새로운 판이 열릴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물류·콘텐츠까지 확전되는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결국 G마켓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작법인이 3년 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IPO가 불발되면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신세계그룹 지분을 인수하는 옵션이 있다는 설이다. 신세계그룹이 장기간 적자를 내온 G마켓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신세계그룹은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고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시장에서 유력 로컬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