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유찰 후 인수의향자 무소식 … 회생계획안 29일 시한급여 분할 지급·납품 차질까지 … 유동성 위기 현실화정부 개입론·쿠팡 인수 주장까지 … 해법 안갯속
  • ▲ 홈플러스 매장 전경 ⓒ뉴시스
    ▲ 홈플러스 매장 전경 ⓒ뉴시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정상화가 잇단 매각 실패와 유동성 악화가 겹치며 표류하고 있다.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인 오는 29일까지 인수합병(M&A)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기업회생절차 폐지나 파산·청산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형마트 업황 부진이 장기화된 가운데 유통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6일 1차 공개 입찰에 참여한 기업이 한 곳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공개 매각 절차가 사실상 종료됐다. 이에 법원은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오는 29일까지 재연장했다.

    시장에서는 통상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앞두고 4~5일 전에 법원의 판단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24~26일 사이 인가 연장 여부나 향후 기업회생절차의 방향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홈플러스가 대규모 고용과 지역 유통망을 담당하는 사회적 인프라 성격을 지닌 만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법원이 매각 절차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인수자를 찾기 위해 우선협상자를 지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적합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 이후 공개 입찰로 전환했지만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기업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유동성 악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임직원 급여를 분할 지급한 데 이어 정산 지연 우려로 납품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업체는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을 중단했다가 일부 정산이 이뤄진 뒤 공급을 재개한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현금 흐름 압박이 커지면서 홈플러스는 그간 폐점을 보류해온 15개 점포 가운데 서울 가양점, 부산 장림점, 경기 일산점·원천점, 울산 북구점 등 일부 점포의 영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업회생 258일을 맞아 홈플러스 사태해결 정부개입 촉구 258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업회생 258일을 맞아 홈플러스 사태해결 정부개입 촉구 258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경영 불안이 현장으로 확산되자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과 정부 개입을 촉구하며 지난달 8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지도부는 최근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노조 측은 "12월 급여를 분할 지급한 회사 사정은 이해하지만 기업회생절차가 장기화돼 유동성이 바닥난 상황이라면 1월 급여 지급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이 크다"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사재 출연 등 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시장 자율에만 맡겨 해법을 찾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대형마트들조차 점포를 줄이는 수세적인 상황에서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는 기업이 과연 있겠느냐"며 "정치권이나 정부가 나서달라는 요청 외에는 현실적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 차원의 해법이 사실상 막히면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MBK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는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연합자산관리(유암코)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구조조정 전문기관의 역할을 활용한 인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종의 공공 주도 구조조정 구상이다. 다만 홈플러스가 비금융기관인 만큼 유암코 개입의 실현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또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쿠팡이 홈플러스를 인수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쿠팡이 국내 소비자와 노동 인프라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만큼 대규모 고용과 지역 유통망을 갖춘 홈플러스를 인수해 고용을 유지하고 생활필수품 공급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이 임박했지만 투자 논의는 사실상 정체된 상태"라며 "남은 시간 안에 방향을 잡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물론 유통업계 전반에 미칠 충격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