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핵심 기술, 연산·시각·센싱으로 재편반도체 비중 2045년 24%로↑… 고성능 칩 수요 확대삼성, 두뇌·시각 두 축 동시 선정된 유일 韓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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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건스탠리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상용화 흐름이 빨라지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 가치가 완제품 제조가 아니라 연산·시각·센싱 등 로봇의 동작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에서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세 분야는 고성능 연산 칩과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 중심의 기술축으로 구성돼 있어, 해당 영역에 직접 사업 기반을 갖춘 기업이 공급망의 영향력을 선점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3일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보고서를 통해 핵심 기술을 3가지로 세분화하고, 가치사슬 상단에 위치한 글로벌 25개 기업을 ‘휴머노이드 기술기업 25곳(Humanoid Tech 25)’을 제시했다. 엔비디아, AMD, ARM, 소니 등 전 세계 AI 연산·센싱·이미지 인식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포함됐으며,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모건스탠리는 앞서 올해 초 ‘휴머노이드 100(Humanoid 100)’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 여러 곳을 휴머노이드 생태계에 참여하는 기업으로 분류한 바 있다. 당시에는 로봇 제조, 부품,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참여도를 광범위하게 반영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가치사실의 상단, 즉 휴머노이드 로봇의 동작과 자율성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기업만을 25개로 압축했다.보고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구조를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분했다. 인간형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이고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 이를 바탕으로 ‘판단·결정하는 능력’, 결정된 행동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이 필수라고 봤다. 이 기능이 각각 두뇌(Brain)·AI 기반 시각 인지(AI Vision)·센싱(Sensing) 기술에 해당한다.두뇌 기술은 감지·판단·의사결정·통신 기능을 담당하는 AI 연산 영역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주문형반도체(ASIC)·온디바이스 AI 칩 등이 포함된다. 휴머노이드 기능 고도화의 핵심 요소로 지목된다. AI 기반 시각 인지 기술은 초고해상도 이미지센서와 고대역폭·저지연 영상 처리, 디지털 신호 처리(DSP) 등을 통해 외부 환경을 인식하는 기능이다. 휴머노이드의 자율성과 안전성, 작업 품질 등은 시각 인지 성능에 좌우되기 때문에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센싱 기술은 압력·거리·온도·진동 등을 감지해 균형 유지와 동작 제어를 수행하는 기반 하드웨어로, 아날로그·전력 반도체와 촉각 센서 등이 중심을 이룬다. 모두 반도체가 핵심이 되는 기술들이다.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될수록 완성품 제조 기업보다 고성능 반도체·센서 기업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화가 진행될수록 외형·골격 등 하드웨어는 원가가 낮아지지만, 로봇이 복잡한 동작을 스스로 판단하고 수행해야 한다는 특성상 고성능 연산칩과 정밀 센서를 향한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실제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자재비용(BOM)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4~6%에서 2045년 2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휴머노이드용 반도체 시장은 3050억 달러(약 44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휴머노이드 한 대당 평균 부품비는 13만1000달러에서 2만3000달러로 약 82% 감소할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2050년 5조 달러 규모로 확대되고 누적 설치량은 10억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인구 기준 ‘10명당 1대’ 꼴이다.이 같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삼성전자는 세 가지 기술축 가운데 두뇌와 시각 두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한 기업으로 분류됐다. 25개 선정 기업 중 두 축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삼성전자 뿐이다.두뇌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꼽힌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로봇 내부에서 즉시 계산을 처리하는 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칩은 사람의 뇌처럼 주변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다음 행동을 바로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해 기기 안에서 AI 기능을 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와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왔다. 로봇 구동에 필요한 전력·제어용 반도체까지 기술 범위를 넓히고 있어 휴머노이드의 ‘두뇌’에 해당하는 연산 기반을 폭넓게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로보틱스용 AP도 전량 생산한다.시각(AI Vision) 분야에서는 이미지센서 기술 경쟁력이 근거로 제시된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안의 눈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로봇이 주변을 보고 거리·물체·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를 스마트폰 핵심 부품으로 키워 왔고, 아이소셀(ISOCELL) 제품군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은 약 15~20%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용 센서 공급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휴머노이드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두 영역에서 동시에 존재감을 보이는 드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