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증권사, 증시 활황 덕 3분기 '누적 1조 클럽' 잔치 수수료가 효자인데 "따라가면 실적 쇼크, 버티면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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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빈 토스증권 대표ⓒ토스
토스증권이 이달부터 국내주식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는 여의도 증권가에선 셈법이 복잡해졌다.메리츠증권에 이어 토스증권까지 '수수료 제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무료화 흐름에 동참하기도, 외면하기도 힘든 딜레마에 빠졌다.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내증시 열풍이 불면서 증권사들은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고,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는데, 토스증권이 수수료 무료에 동참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1조 클럽' 비결은 개미들의 수수료 … 포기 힘든 '꿀단지'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상위 5개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모두 1조 원을 돌파했다.한국투자증권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1.2% 급증하며 2조 원에 육박했고, 키움증권도 24.5% 늘어난 1조1426억 원을 기록했다.문제는 이 호실적의 질(質)이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개미들이 낸 수수료가 실적을 견인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3분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773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 효자 노릇을 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50.8%나 폭증했다.대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점유율 방어를 위해 토스증권이나 메리츠증권처럼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내 들 경우, 당장 3분기 실적을 이끈 핵심 수익원을 스스로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다 다 뺏긴다" … 메리츠는 '공짜' 선언, 토스는 '맹추격'기존 증권사들이 주판알을 튕기는 사이 후발 주자들의 공습은 거세다. 메리츠증권은 오는 2026년 말까지 'Super365'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한다고 선언했다. 유관기관 제비용까지 증권사가 부담하는 '완전 0원' 정책은 업계 최초다.토스증권의 기세는 더 무섭다. 이미 해외주식 시장에서는 판이 뒤집혔다. 지난 10월 기준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72조7000억 원으로 삼성증권(69조5000억 원)과 '전통의 강자' 키움증권(47조5000억 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토스증권이 강력한 플랫폼 파워를 앞세워 국내 주식 시장까지 무료화 드라이브를 걸 경우, 해외주식 시장의 점유율 역전 현상이 국내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돈'은 벌었지만 '점유율'은 잃었다 … 키움증권의 경고실제로 '수수료 방어'에 치중하다가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는 징후는 이미 포착됐다. 20년 연속 리테일 1위를 수성 중인 키움증권은 3분기 순이익이 52% 급증했지만, 정작 개인 시장 점유율(M/S)은 2분기 29.4%에서 3분기 27.0%로 떨어졌다. 해외주식 점유율 순위도 3위까지 밀려났다.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 잔치는 거래대금 폭증에 기댄 '착시'일 수 있다"며 "토스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쏘아 올린 '무료 수수료'라는 공이 증권업계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브로커리지 수익을 포기하고 '제 살 깎기' 경쟁에 뛰어들지, 아니면 점유율 하락을 감수할지 대형 증권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