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금융범죄 대응 명분 속 수사권 확대 논쟁 재점화감독 권한 강화는 세계적 흐름 … 형사 수사권은 예외해외는 감독·수사 분리, '인지수사권' 포함 여부 최대 쟁점속도전보다 통제 장치가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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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금융감독 체계의 역할과 권한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보험사기 등 민생 피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민간 기구인 금감원에 수사 권한을 확대 부여하는 데 따른 부작용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23일 금감원에 따르면 민생침해대응총괄국 산하에 특사경 도입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민생금융범죄 정보를 분석·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꾸릴 방침이다. 현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한정된 특사경 업무 범위를 보이스피싱 등 민생금융범죄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특사경은 전문 분야 범죄의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행정기관 소속 인력에게 제한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신고나 첩보에 의존하는 기존 구조로는 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범죄 단서를 자체적으로 포착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인지수사권 필요성까지 제기해 왔다. 조사 이후 경찰·검찰로 사건을 넘기는 과정에서 시간 지연과 증거 훼손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또한 고도화되는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특사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불공정거래, 시세조종, 파생상품 거래, 알고리즘 기반 매매 등 복잡한 금융범죄는 거래 구조와 자금 흐름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필수적인데, 일반 수사기관만으로는 초동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감독기구가 조사 단계에서 실질적 강제력을 갖추면 수사 공백을 줄이고 억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정책 환경도 금감원의 속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특사경의 실효성을 거론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법무부·금융위원회 등과 협력해 법 개정 논의에 참여하고, 제도 설계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하지만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금감원은 검사·제재 권한을 동시에 보유한 기관으로, 여기에 수사권까지 더해질 경우 '규제–수사–제재' 기능이 한 곳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검찰과의 역할 중복은 물론, 사건 처리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심판이 공을 차는 구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인지수사권 부여 여부는 논란의 핵심이다. 인지수사는 수사기관이 직접 범죄 단서를 발견해 강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권한으로, 민간 성격의 기관에 부여할 경우 국민의 법 감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생할 경우, 향후 재판에서 증거능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법률적 리스크도 거론된다.해외 사례를 보면 금감원식 특사경 논의가 글로벌 표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영국 금융감독청(FCA) 등 주요국 감독기구는 강력한 조사·제재 권한을 갖고 있지만, 형사 수사와 강제 수사는 원칙적으로 사법기관이 담당한다. 감독과 수사의 경계를 제도적으로 분리해 통제 장치를 두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금융범죄 대응력은 강화하되, 형사 권한은 검찰·사법경찰에 엄격히 남겨두는 방식이다.금융시장 위축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다. 수사 리스크가 상시화될 경우 금융회사들이 혁신적 상품이나 신규 사업에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특히 중소 금융사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 단계적 도입이나 범죄 유형별 제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기구의 권한 강화 자체는 글로벌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형사 수사권까지 포함하는 구조는 해외 사례와도 차이가 있다”며 “특사경이 민생 보호의 해법이 될지, 권한 비대화의 출발점이 될지는 통제 장치와 범위 설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금융권 관계자는 “민생금융범죄 대응 강화라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권한 확대는 반드시 외부 통제와 명확한 범위 설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특사경이 민생 보호의 실질적 수단이 될지, 권한 비대화의 출발점이 될지는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