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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으로 방사능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최초로 규명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허호길 교수팀에 따르면 산소가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세균인 쉬와넬라균(Shewanella)은 물에 녹는 용해성 우라늄 6가 이온으로 호흡하며 생존한다.쉬와넬라균이 숨을 쉬는 호흡과정을 통해 용해성 우라늄 6가 이온이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우라늄 4가 이온으로 변환된다.
허 교수팀은 이 과정에서 특이하게 세균 외부막에 핑크빛 실타래 같은 물질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확인, 이 물질이 용해성 우라늄 6가 이온으로 만들어진 나노와이어 형상의 불용성 결정체 광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균의 외부에 만들어지는 이 나노와이어 모양의 물질은 표면적이 넓어 일반 필터로 걸러 낼 수 있을 정도로 여과 효율이 높다. 이런 현상을 활용하면 방사성 물질인 용해성 우라늄 이온이 지하수를 통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우라늄을 생산하거나 회수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독성물질을 유발하는 가공공정 대신, 우라늄이 포함된 물에 미생물을 넣어 고순도의 우라늄을 생산 또는 회수할 수 있는 친환경 공정 개발 가능성도 제시했다.
허호길 교수는 “방사능 오염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방사성 물질에 의한 토양과 수계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서 허 교수는 “뿐만 아니라 고순도의 우라늄을 생산 또는 회수할 수 있는 친환경 공정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면서 “미생물과 중금속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희토류’의 선택적 회수 방법을 제시하고 다양한 산업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6월 17일 영국왕립화학회에서 발간하는 화학분야 저명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Chemical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오세정)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쉬와넬라균(Shewanella)
육지와 물 속, 깊은 지하 등 어디서나 생존하며 환경에 따라 호흡 방식까지 바꾸는 세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