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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게의 성수기는 단연 김장철이다.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김장철 손님만 잡아도 한해는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배추 손님은 대개 단골로 이어진다. 채소가게의 경쟁력은 ‘김장 배추’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그래서 과장이 아니다.
‘김장 배추’로 유명해진 가게가 마포에 있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에 위치한 소문난야채집. 15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양홍식 사장은 “우리 집은 해남에서 직접 가져온 절인 배추로 단골손님을 잡았다”고 말했다.
“해남배추는 해남에서 직접 생산한 배추에 천일염으로 절여서 김장 배추로 인기가 높아요. 저희 집은 해남에 있는 농가와 직접 계약을 통해 바로 바로 물건을 가져와 더 신선하죠. 이런 배추를 산지만큼 싸게 파는데 손님이 안 찾아 올 수가 없죠.”
오랜 장사경력으로 전국 영업망을 꽤 뚫고 있는 양 사장은 배추에서 마진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원가에 가까울 정도로 판매한다. 소비자가 온라인 등을 통해 산지 농가와 직거래가 가능해졌기에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배추를 싸게 파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집집마다 적게는 10포기에서 많게는 100포기까지 김치를 담근다. 그들에게 저렴하고 신선한 배추를 제공하면 결국 우리집 단골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김장 배추를 사면서 다른 재료도 함께 구입하기 마련이다. 양 사장의 숨은 전략도 “배추는 원가로 팔되 대신 다른 상품을 많이 팔자”는 것이다. 무나 부추, 마늘 등이 배추 주문량에 정비례해서 팔린다.
“도매 손님인 식당에서는 몇 백 포기씩 배추를 주문해요. 거래하는 식당만해도 150여곳이 넘죠. 소매 손님들도 배추가 좋으면 우리 가게로 다른 채소를 사러 와요. 결국 배추 장사만 잘하면 다른 채소는 저절로 나가는 셈이죠.”
김장철인 11월부터 1월 사이에는 하루에 1,000포기 이상씩 예약이 들어온다. 철이 지나도 식당에서는 꾸준히 주문이 들어온다.
여기에 꼼꼼한 원산지 표시도 한몫 했다. 채소와 같은 신선식품은 산지에 따라 맛과 영양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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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만 해도 세 곳에서 들어온다. “첫 번째 시금치는 서울근교에서 자란 하우스 시금치고, 두 번째는 포항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포항초, 마지막은 시금치 브랜드로 유명한 신안산 섬초(신안산 비금도에서 자란 시금치)예요.”
양 사장은 고객들이 시금치를 찾으면 직접 원산지를 소개한다. 손님들은 ‘채소 박사’라고 부를 정도로 그를 신뢰한다.
한 손님은 “벌써 10년째 이 집 채소만 먹는다. 사장님한테 물어보면 원산지에 따라 차이점을 설명해주니 항상 사고 나면 후회가 없다. 오늘은 달달한 시금치 반찬을 만들려고 나왔는데 하우스시금치를 추천해줬다”고 검은 봉지를 내밀었다.
양 사장은 “정확한 원산지를 표기하면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재료마다 좋은 산지를 선택해서 갖고 오니 맛이 없을 래야 없을 수가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매주 수요일엔 특가세일을 한다. 그날 가장 신선하고 저렴한 제품을 가져와서 싸게 판매하는 형태다. 지난주에는 고구마를 판매했다. “시세로는 1kg에 5,000원정도예요. 저희는 마진을 없애고 3,000원에 고구마를 팔았어요. 손님들도 좋아하고 장사가 잘되니 좋죠.”
‘소문난 야채가게’는 매일 찾는 단골손님만 500명이 넘는다. 양 사장은 “대부분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자랑이다.
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인 ‘단골’ 덕분에 소문난 채소가게는 불황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