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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130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아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계 귀신고래 한 마리가 원래의 이동 경로가 아닌 멕시코 서부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MSNBC 뉴스가 20일 보도했다. 한국계 귀신고래가 이 곳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귀신고래는 오호츠크해에서 여름을 보내고 울산 앞바다와 남해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한국계(북서 태평양계)와 북극해-멕시코만을 오가는 캘리포니아계, 그리고 18세기에 남획으로 멸종한 대서양계가 있는데 한국 동해안에서는 1977년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미국 오리건 스테이트대학(OSU) 연구진은 지난 2003년 사할린 근해에서 처음 발견한 뒤 계속 추적해 온 암컷 귀신고래 `바르바라'가 멕시코 서부 근해에서 목격된 후 북쪽으로 계속 이동, 지난 16일 현재 하루 160㎞의 속도로 캐나다에 근접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바르바라가 북미 서부 해안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르바라가 이동하고 있는 경로는 한국계의 사촌 뻘이지만 개체수가 1만8천마리 정도로 추산되는 태평양계의 경로이다.
브루스 메이트 OSU 해양 포유류 연구소장은 바르바라가 캘리포니아계의 활동이 많은 멕시코 연안 세 곳에서 목격된 것으로 미뤄 이 곳에서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와 짝짓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어린 새끼였을 때 발견된 바르바라는 현재 9살로 유난히 호기심이 많고 장난스러워 학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바르바라는 이후 사할린 부근에서 계속 목격됐으나 지난 겨울엔 멕시코 서부 해역에 처음 나타나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OSU 연구진은 지난 해 러시아 쪽 베링해에서 북미를 향해 이동중이던 13살짜리 수컷 플렉스를 추적해왔으나 위성 추적장치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이 고래가 멕시코 쪽으로 향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바르바라와 플렉스의 경우를 보면 한국계 귀신고래가 동태평양 쪽으로 이동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래에 부착한 추적장치가 보통 120일 정도 가지만 바르바라에 부착한 장치는 아직 견고하다면서 이를 통해 바르바라가 사할린 섬 부근의 고향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경로를 따를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신고래는 성체의 몸 크기가 13~15m, 몸무게는 14~25t에 이르며 이동거리는 1만6천~2만㎞ 이상이다. 캘리포니아계는 멸종 위기까지 갔으나 적극적인 보호운동으로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회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