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달러 7년째 '제자리 걸음'내수·서비스 활성화 없이 성장궤도 집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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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성장이냐, 반짝 회복 후 추락이냐!"한국경제가 갈림길에 서 있다. 길을 잘 찾으면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해 선순환구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자칫 잘못 들면 잠깐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반짝 회복' 양상을 보이다가,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한국경제가 지금 현상유지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7년째 2만 달러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2만 달러대에서 3만 달러대로 옮겨가는 기간이 4년 정도였는데 한국은 사실상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 수준을 밑돌고 있다.정부는 "우리경제의 회복 조짐이 점차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민간부문 회복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회복 조짐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나 투자 등 민간부문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 "미 재정·양적완화 리스크와 이에 따른 신흥국 불안, 엔화약세 등 대외 위험요인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한국 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려면, 결국 민간부문의 활력 회복이 급선무라는 결론이 나온다.정부는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과로서 3년 연속 교역규모 1조 달러, 사상 최대의 무역·경상수지 달성 등을 크게 자랑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교역 규모 확대가 내수·서비스업 활성화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내수·서비스업 활성화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에는 재정이 경기를 견인했다면 내년에는 민간과 내수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정부의 정책도 이제 막 마이너스를 탈출한 민간의 투자와 소비에 불을 지필 수 있는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100여 건에 달하는 경기 활성화 법안 역시 어떤 형태로든 해결돼야 한다. 다주택자 중과제도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 외국인 투자 시 증손회사의 최소 지분율을 50%로 완화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현재 국회에 머물러 있다.특히 정부는 서비스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제조업의 고용 창출 기여도가 점점 위축되는 만큼 각종 서비스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하자는 취지에서다. 올해 보건·의료, 교육, 소프트웨어 등에 이어 내년에는 전 서비스 산업에 걸친 규제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경제의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신성장 산업의 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중요하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올해 한국은 추가경정예산안과 부동산 대책 등 지엽적인 정책을 나열하는 인상이 컸다"며 "근본적으로 구조를 개혁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좀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미국의 출구전략, 일본의 엔저, 중국의 긴축 정책 등 대외변수에 대응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금융산업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을,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겨냥해서는 경기 활성화와 부동산 경기 연착륙 등 간접적인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출·대기업 중심의 성과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만성적인 내수·서비스업 약체의 현실은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나라에선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데, 왜 서민의 실제 살림살이는 팍팍하기만 한가"라는 푸념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금의 경제성장이 서민·저소득층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내수·서비스업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이에 대한 구체적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수출·대기업 중심의 정책 운용만 이어진다면 경제의 쏠림 현상에 따른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내수·서비스업 활성화는 좌절될 수밖에 없다. 수출이 중요한 만큼, 내수·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두 분야가 함께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의 혁신은 극히 어렵다.